[김준의 맛과 섬] [101] 고흥 황가오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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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사봐야 알어. 말로 설명하면 알겄소?” 맞는 말이다. 그 맛을 어떻게 말로 대신하겠는가. 탁자 몇 개 놓고 밥과 술을 파는 옴팍진 식당(도라지식당) 안주인이 하는 말이다. 남편은 한쪽에 서대를 갈무리하는 중이다. 점심 예약이 들어온 모양이다. 안주인은 혈육이 선명한 황가오리를 접시에 담는 중이다. 드디어 황가오리회 맛을 제대로 보는 모양이다.
노랑가오리는 여름철 서남해안에서 잠깐 잡히는 탓에 식단에 올려두고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다. 색가오리과에 속하는 노랑가오리지만 황가오리라 해야 그 맛이 떠오른다. 황가오리는 갯장어, 민어와 함께 여름을 대표하는 어류로 꼽힌다. ‘여름을 나려면 황가오리 신세를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섬 사람들은 말려서 보관했다가 관절이 아프면 쪄서 먹기도 했다. 신안의 한 섬에서 만난 주민이 들려준 이야기다.
겨울철에는 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생활하다 봄이 되면 연안으로 올라와 모래와 갯벌이 발달한 내만에서 산란을 한다. 영광에서는 미끼를 끼우지 않고 빈낚시를 여러 개 매달아 이동하는 길목에 놓아 잡는다. 여수나 고흥에서는 미끼를 끼운 주낙을 이용해서 잡는다. 고흥 식당에서 만난 황가오리는 녹동에서 가져온 것이다.
기다리는 동안 열무김치, 깻잎장아찌, 콩나물, 부추숙주나물이 차려졌다. 이 반찬만으로도 점심을 해결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던 황가오리가 올라왔다. 고소한 참기름장과 주인이 직접 만든 쌈장이 따뜻한 밥에 더해졌다. 안주인이 젓가락을 집더니 덥석 혈육이 선명한 회를 한 점 집어 참기름을 찍어 입에 넣어주었다. 주춤할 사이도 없이 입안으로 황가오리 한 점이 들어왔다. 익숙한 맛이다. 전라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찰진 한우 생고기 맛이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주인은 황가오리 중에서도 15㎏이나 20㎏은 되어야 이 맛이 난다고 했다. “인자 깻잎에 밥을 올리고 된장으로 싸 잡솨볼쇼. 맛이 다르요”라며 막 들어온 남자 여섯 명을 반겼다. 서대회무침을 주문한 단골손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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