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광야로 들어가자 K팝 신세계..이수만 'SMCU'
기사내용 요약
SM 컬처 유니버스 세계관 영상 EP. 2 '넥스트 레벨' 리뷰
공개 하루만에 200만뷰 기록하며 화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절대적 룰을 지켜 / 내 손을 놓지 말아 / 결속은 나의 무기 / 광야로 걸어가 (…)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아 / 광야의 것 탐내지 말아 / 약속이 깨지면 / 모두 걷잡을 수 없게 돼."(에스파 '넥스트 레벨(Next Level)' 중)
"음 에브리바디 룩스 앳 미(Mmmh Everybody looks at me) / 익숙하잖니 / 양보해 참아야만 돼 / 어른스럽게 / 아임 락드 업 인 더 글래스(I'm locked up in the glass) / 난 놀고 싶은데 / 너무 끔찍한 기대 / 그런 환각 틀에 나를 가둬 놔"(에스파 '새비지(Savage)' 중)
청각만으로는 절대 이해가 불가능할 거 같은 그룹 '에스파(aespa)'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과 '새비지(Savage)'의 난해한 노랫말은 K팝에 대한 불경(不經)이 아니다.
K팝 팬에겐 국경이 없듯, K팝과 K팝 뮤지션들에겐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을 뿐이다. 그 중에서도 4세대 간판 K팝 걸그룹 에스파는 가상의 세계에 대해 노래하지 않는다. 가상의 세계가 이들의 곡에서 노래한다. 카리나·윈터·지젤·닝닝이 자신들의 아바타 아이(æ)이기도 한 것처럼.
그래서 당연하게도 에스파는 그룹과 멤버들의 서사만으로 이 팀에 대해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들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일 공개한 SM 컬처 유니버스(SMCU) 세계관 영상 EP. 2 '넥스트 레벨(Next Level)'이 팀의 성격과 노래를 이해하게 만드는 근사한 답이 된다.
특히 'K팝을 왜 듣는가'에 대한 또 다른 명분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비주얼과 퍼포먼스만이 전부가 아닌, 그 안에 다양한 이야기와 상징 그리고 세상에 대한 함의를 담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그간 K팝은 멤버들과 멤버들끼리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쌓여 서사를 만들어냈다. 팬덤을 위주로 한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이유다.
그런데 SMCU는 아티스트들의 매력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한 SM의 기획력이 맞물려 흥미로운 서사를 추가해낸다. 그건 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 스튜디오 같은 대형 콘텐츠 제작사의 일인데 SM은 K팝스럽게 이를 해낸다.
물론 SMCU, 이번 에스파의 세계관에 들어가려면 단어 몇개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광야가 '아무것도 규정되지 않는 무규칙·무정형·무한의 영역이자, 시간·공간이 규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한한 에너지와 데이터가 흐르는 곳'이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는 인간이 SNS 등 온라인에 쏟아낸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진 아바타의 일종이다. '싱크'는 리얼월드에 있는 인간과 플랫의 아이가 연결된 상태를 가리키고, 싱크아웃은 그 연결이 끊어진 상태를 뜻한다.
에스파의 데뷔곡 제목이기도 한 '블랙 맘바'가 인간과 아이의 싱크를 훼방하는 존재다. 인간과 교감하던 아이가 어느날 사라지기 시작하고, 이 사건의 주범인 블랙맘바를 쫓기 위해 에스파 멤버들은 일종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나이비스(nævis)'의 인도에 따라 광야로 들어간다.
이번에 공개된 17분 남짓의 SMCU 세계관 영상 EP. 2 '넥스트 레벨'은 지난해 공개된 EP. 1 영상 '블랙 맘바(Black Mamba)'에 이어 에스파의 히트곡 '넥스트 레벨'과 '새비지'를 설명하는 역을 하며 에스파의 팀 정체성과 세계관을 이해하게 만든다. '넥스트 레벨'에서 갑자기 왜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아"라고 노래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파가 아이와의 연결이 끊기는 싱크아웃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이비스의 도움으로 광야로 떠나 블랙맘바의 환각 퀘스트를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악플·편견·압박감·강박·완벽주의 등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트라우마들이 상징적으로 그려지며 정체성의 문제로까지 수렴된다.
아울러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라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명언을 전편부터 모티브로 차용, 무게감을 갖고 있다. K팝은 각자 개인의 맥락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그런데 SMCU는 좀 더 긴 서사를 통해 던진 철학적인 질문으로 공동체, 나아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온 영화 같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에피소드는 공개 하루만인 21일 오후 6시께 200만뷰를 넘기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SMCU 세계관 영상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제시한 '카툰(Cartoon)'의 C, '애니메이션(Animation)'의 A, '웹툰(Web-toon)'의 W, '모션 그래픽(Motion graphic)'의 M, '아바타(Avatar)'의 A, '노블(Novel)'의 N을 조합한 '카우맨(CAWMAN)'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혼합 영상 콘텐츠로 표현이 됐는데, 세련된 연출이 일품이었다. 멤버들의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이질감 없이 섞이고 모션툰을 통해 미국 그래픽 노블 이상의 스타일리시한 장면을 연출해냈다.
예컨대 윈터가 지난해 JTBC 예능물 '아는 형님'에서 검술을 짧게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이번 세계관 영상 EP. 2 '넥스트 레벨'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그녀의 검술이 화려하게 그려질 때 리얼월드와 플랫이 교감하는 묘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1998년 발매된 SM 1호 걸그룹 'S.E.S'의 2집 타이틀곡 '드림스 컴 트루' 때부터 SM이 지향하는 미래 콘텐츠 세상이 예견됐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역시 같은 해 발매됐던 1세대 대표 아이돌 그룹 'H.O.T'의 3집 수록곡 '우리들의 맹세'는 당시로는 드물게 멤버들을 캐릭터한 주인공을 내세운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M 경전 내 구약의 시작이 H.O.T.라면, 에스파는 신약의 시작쯤 될 거다. 데뷔곡 '블랙 맘바'에 이어 '넥스트 레벨'로 K팝의 '사이버 펑크' 영역을 열어젖힌 에스파는 '새비지'로 그 신세계의 1장을 완성했다. 확실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콘셉트와 음악적 물성을 통해 K팝 메타버스의 신체적 골격을 완성해냈다.
오는 7월8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발매하는 두 번째 미니앨범 '걸스(Girls)'에서 이 세계관이 이어진다. 앨범 발매에 앞서 오는 24일 공개하는 첫 영어 싱글 '라이프스 투 쇼트(Life's Too Short)'는 그 세계관의 예고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K팝과 K팝 아이돌은 우리가 원하는 걸 위주로 줬다. 이제 K팝은 우리가 원하는지조차 몰랐던 흥미로운 콘텐츠를 줄 수도 있다는 걸, SMCU는 증명해나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효민, 조세호 9살연하 ♥아내 공개…단아한 미모
- "배곯은 北 군인들, 주민 도토리 뺏으려다 두들겨 맞고 기절"
- 무인 사진관서 '성관계' 커플에 분노…"짐승이냐, 충동만 가득"
- 107세 할머니 이마에 '10㎝ 뿔' 났다…"장수 상징인가?"
- 무인점포서 바코드만 찍고 '휙' 나가버린 여성들…결국 검거
- 윤 지지율 10%대, TK도 급락…위기의 여, 김 여사 문제 해결·쇄신 요구 커져
- 뱀 물려 찾은 응급실…날아온 치료비 청구서엔 '4억원' 찍혀
- 800억 사기친 한국 아이돌 출신 태국女…2년만에 붙잡혀
- '짧은 치마' 여성 쫓아간 男…차량 사이 숨더니 '음란행위'(영상)
- 일제 만행 비판한 여배우, 자국서 뭇매…결국 영상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