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받은' 김희곤-김우성 韓 국제심판 "항상 배움의 자세로.. 가족 큰 힘 된다" [우즈벡 인터뷰②]
[OSEN=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노진주 기자] 4명의 한국인 심판진이 깔끔한 판정으로 국제 대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202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은 지난 1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막을 올려 1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변이 속출했던 대회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이 대회 사상 첫 8강에 올랐다. 반면 이란은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은 일본에 패해 4강에 오르지 못했다.
과거 2번의 준우승에 그쳤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개최국’ 우즈베키스탄을 결승전에서 2-0으로 완벽 제압하고 첫 우승 영광을 안았다.
각국 선수단, 감독・코치진과 더불어 19일간 대장정을 함께한 이들이 있다. 바로 경기에 배정된 심판진이다.
대한축구협회 소속 국제심판 4인(김희곤, 김우성, 송봉근, 장종필)은 이번 대회에 파견돼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한국 심판 간판’ 김희곤 심판은 총 5경기에 투입돼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깔끔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경기를 매끄럽게 진행했단 현지 호평을 받았다.
그는 조별리그 3경기(주심 1회, 비디오판독 보조 1회, 대기심 1회), 8강전 1경기(비디오판독 보조), 3・4위전(주심)에 나섰다.
김희곤 심판은 국제 경기 심판 경험이 상당하다. AFC 주관 대회에 수차례 참가했다. 2019년엔 국제축구연맹(FIFA) 비디오판독 세미나까지 수료했다. 언제나, 어디에나 투입 가능한 ‘전천후’ 심판이다.
이번 대회 배정된 경기를 모두 마친 김희곤 심판은 지난 20일 OSEN과 현지 인터뷰에서 “경기 전 선수들의 성향을 모두 파악한다. 유연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평소 체력 관리와 이론 공부는 기본적으로 하고 완벽한 경기 진행을 위해 선수들의 스타일까지 숙지하고 그라운드에 임한다고 밝혔다.
축구 선수 출신인 김희곤 심판은 지도자 경험도 있다. 이는 심판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스스로도 자신감이 생긴다. 축구장 자체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선수・지도자 경력 모두 있어 경기장 내 오고가는 심리 파악을 누구보다 빨리 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심판 10년차’ 베테랑 김희곤 심판은 “매 경기가 새롭다. 그리고 항상 ‘이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긴장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게 되고, 그러면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게 심판 생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경기가 없을 때 더 바쁘다. 경기장 끝과 끝을 쉴틈 없이 달리기 위해 체력 관리를 매일 해야하기 때문. 여기에 이론 공부까지 더해진다. 김희곤 심판은 “몸관리는 기본이다. 없는 시간을 쪼개 틈틈이 규칙서를 보고, 빠르게 변하는 축구 흐름을 익히기 위해 매일 공부한다”고 힘줘 말했다.
120%의 노력을 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발전을 갈구한다. 김희곤 심판은 “계속 성장하고 싶다. 많은 경험이 있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매일 교육을 받았다. 더 단단해졌다. 앞으로도 작은 것이라도 더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을 찾았다. 김희곤 심판은 “어떻게 보면 심판이란 직업이 특수하다.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쉰다. 가족들과 좋은 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단 뜻”이라면서 “특히 국제대회에 한 번 나가면 가족들과 최소 20일은 떨어져 있는다. 일 하는 것은 너무 좋지만 아내에게 힘든 일을 모두 맡기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다”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어 “4살짜리 첫째와 이제 갓 태어난 둘째를 홀로 보고 있는 아내가 ‘힘들다’고 말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출장 와 있는 저를 생각해서 지금까지 그런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힘을 더 준다. 아내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참 고맙다. 정말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고 전했다.
‘7년차’ 김우성 심판도 간결하고 똑부러지는 판정으로 역시나 현지에서 좋은 평을 들었다.
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비디오판독 보조 2회, 대기심 1회), 8강전 1경기(대기심), 3・4위전(비디오판독 보조)에 투입됐다.
김우성 심판 역시 평소 체력 관리와 이론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의 경쟁력은 하나 더 있다. 수준급의 ‘영어 스피킹’ 능력이다.
그는 “심판 생활을 하다 보면 영어 능력이 장점이 된다. 어머니 덕분”이라면서 “중・고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어머니께서 어릴 적부터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알려주셨다. 졸릴 때면 허벅지 꼬집어 가면서 영어 공부를 했다. 학창 시절 방학 때마다 영어 캠프에 참가했다. 결정적인 건 중학교 2학년 때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전혀 없는 김우성 심판은 국제 경기에 나설 때 능력이 더 빛난다. 빠르게 알아듣고 간결하게 말하며 불필요한 중간 의사소통을 줄인다.
그는 “정보 전달을 해야 하는 경우 최대한 주심이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정리해 전달한다. 경기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짧은 시간 최대한 빠른 판단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성 심판 역시 몸관리는 선수만큼이나 철저히 한다. 그는 “체력은 20살 때보다 좋다고 자부한다”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센터에 가서 운동한다. 힘들어도 절대 쉬지 않는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강도 높게 트레이닝을 한다. 규칙서, 경기 영상은 항상 끼고 산다”고 전했다.
최근 심판으로서 삶이 더욱 뿌듯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김우성 심판은 “첫 째 아이가 제가 나오는 경기를 보고 ‘아빠다!’라고 말하는 영상이 있다. 정말 뿌듯하더라”라고 웃으면서 “가족이 정말 큰 힘이 된다. 힘들어도 가족만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우성 심판도 역시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출장이 잦고 일정이 규칙적이지 않다 보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육아를 정말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면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많이 도와주시는 장모님에게도 너무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심판의 삶이 뿌듯한 것도 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 아빠가 되고 싶어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 이 마음 그대로, 초심 잃지 않고 체력이 닿을 때까지 오래 일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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