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예절교육과 동방예의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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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컨디션 난조로 병원에 갔더니 여러 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었다.
그동안 몸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그러니 쉬라고, 여러 통증과 불편함으로 사인을 보내왔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고용량의 영양제나 피로회복제로 달래며 무시해 왔었다.
다들 생의 한 순간을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한데 그 앞을 지나가려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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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 그늘로 들어가는 초입에 음식점들이 있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리가 다 찰 만큼 꽤 장사도 잘됐다. 그날도 빈자리가 없었다. 누군가는 불콰한 얼굴로 불판 위의 고기를 뒤집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진지한 표정으로 동석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다들 생의 한 순간을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한데 그 앞을 지나가려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안 돼. 식사하시는데 먼지 날리잖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대여섯 살로 보이는 아이들 세 명이서 흙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한 움큼 집은 흙을 바람에 날리는데 그 흙가루가 음식점의 식탁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제법 거리가 있어 그곳에까지 닿을까 싶었지만 아이들의 아버지임 직한 사람이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은 주변에 있는 흙을 더 끌어와 바람에 날리며 놀았을 것이다.
나는 하마터면 아이들을 말린 그 사람에게 가서 꾸벅, 허리 굽혀 감사 인사를 건넬 뻔했다. 고맙다고,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일러줘서 고맙다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인사를 할 뻔했다. 언제부턴가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늘었다. 어디 아이들뿐일까. 예절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자신의 인격과 인품을 드러내는 일이며, 공동체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젠틀맨 교육은 영국의 대표적 예절교육인데, 영국인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전통과 예절을 계승하며 공동체 삶에 대한 질서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몸에 익힌다. 지금도 영국인들은 이 젠틀맨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체계화되고 세분화된 예절교육이 있었다. ‘격몽요결’과 ‘소학’은 아동들에 대한 예법서였고, ‘논어’는 인간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깊이 있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지침서였다. ‘동방예의지국’은 거저 얻어진 별칭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데 그것들이 반시대적인 것으로 치부되면서 지금은 많이 퇴색되고 말았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도리가 시대가 변한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타인을 무시하거나 공격해서 얻어지는 자존감과 이익은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오는 무기가 된다. 공동체가 건강해야 개인의 삶도 건강하고 안녕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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