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 대한 인신공격, 묵인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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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행위를 하게 되면 높은 확률로 원색적인 욕설을 듣거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증했던 방송사와 신문사 법조 담당 기자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기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한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한국기자협회가 작가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시의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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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행위를 하게 되면 높은 확률로 원색적인 욕설을 듣거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대다수는 그 행동을 가능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비록 그 행동이 옳고 정당하며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도 말이다.
비슷한 일들이 요즘 언론계에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정인을 비판하거나 특정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쓸 경우 기자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거나 신상명세를 낱낱이 털어 놀림감으로 삼는 것이다. 댓글로 지독한 욕설이 쏟아지는 일은 덤이다. 가해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기자들이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못 쓰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으리라 추측된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꽤 성공적인 듯 보인다. 모욕을 받는 일이 두려운 일부 기자들은 저도 모르게 비판의 수위를 낮추고 표현을 손본다고 한다. 기자로서의 자주성을 잃고 자기 검열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 기획한 전시 ‘굿바이 시즌2’에 출품된 작품 ‘기자 캐리커처’는 바로 이 같은 의도가 극대화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은 전·현직 기자와 방송인 등 110명의 얼굴을 희화화한 캐리커처에 붉게 덧칠을 하고 이들의 소속 회사와 이름까지 실명으로 적어 전시됐다. 당사자인 한 기자는 “각종 포털에 제 사진과 캐리커처가 노출돼 가족들까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전시장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작품 옆에는 ‘기레기 십계명’이라는 글도 함께 붙었다. 캐리커처의 대상이 된 기자들이 ‘가짜뉴스 생산자’이자 ‘기레기’라고 공개 낙인을 찍은 것이다.
수많은 기자들 가운데 왜 하필 이들을 선택했느냐에 대한 적절한 이유나 설명은 없었다. 그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증했던 방송사와 신문사 법조 담당 기자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기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한다. 언론 개혁을 빌미로 특정 정치세력에 비판적이었던 기자들을 골라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오죽하면 언론개혁시민연대조차 “작품을 지배하는 분노와 격정, 인권의 무시와 조롱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의 근거나 비평의 윤리를 찾아내기는 어렵다”고 했을까. 심지어 해당 작가는 한국기자협회가 작품 전시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자 한 인터뷰를 통해 “(기자들이) 오보에 대해 정정 보도를 하면 캐리커처를 지우겠다”고 답변했다. 오보라고 생각지도 않는데 오보라고 사과하라니.
작가는 “언론도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예술가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언론도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풍자 예술이라기보다 혐오 표현에 가깝다는 것이 우리의 의견이다. 외모 비하에 가까운 캐리커처를 그려 놓고 ‘기레기’, ‘구더기’ 등의 멸칭으로 조롱하는 일은 위트와 은유를 핵심으로 하는 풍자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이번 전시가 예술을 핑계 삼아 기자들의 펜을 꺾고 언론을 제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한국기자협회가 작가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시의적절했다. 기자라는 이유로 명예훼손과 모욕에 가까운 행위마저 인내하는 것은 오히려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언론에 대한 신뢰를 더욱 훼손시킬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을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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