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해외 원격근무..'슬기로운 직장 생활' 통념 깨졌다
‘어디서’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사무실 안 나와도 괜찮아
주 32시간 근무·거점 오피스 제공…되레 회사에서 ‘워라밸’ 권장
“몰디브, 괌, 사이판, 호주 등 한국과 시차 4시간 이내 국가라면 어디에서든 ‘해외 원격근무’가 가능하다.”(라인플러스)
“휴양지에서 낮에는 근무하고 퇴근 후에는 휴가를 즐기는 ‘워케이션’을 실시한다.”(네이버)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파격적인 근무 조건을 속속 내걸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어디에서’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효율성’을 앞세운 근무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IT업계 특성상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적인 만큼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아지면 기업 성과도 동반상승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플러스의 직원들은 다음달부터 한국과 시차 4시간 이내의 국가 어디에서든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 라인이 ‘국민앱’으로 자리 잡은 일본을 비롯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몰디브, 괌, 뉴질랜드, 사이판, 호주 등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여행지들이 대거 포함된다. 라인은 우선 내년 3월까지는 해외 원격근무 기간을 최대 90일로 제한하고 이후 확대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직원들에게 연간 204만원(매월 17만원) 상당의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해 업무환경 구축이나 사무실 근무 시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원격근무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경험과 충분한 휴식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사측의 기대가 깔려 있다.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는 ‘워케이션’을 도입한다. 일과 휴가의 합성어로, 일정 기간 휴양지에서 근무하면서 퇴근 후에는 휴가를 즐기는 근무 형태다. 다음달부터 일본 도쿄와 강원 춘천 등 국내외 거점 도시에서 매주 직원 10명을 추첨해 최대 4박5일의 워케이션을 지원한다. 네이버는 또 다음달부터 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를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 일하도록 했다. 카카오도 원격근무를 유지하면서 다음달 8일부터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격주 놀금’ 제도를 도입한다. 카카오는 만 3년 근무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30일의 휴가를 제공하는 안식·리프레시 휴가제도 그대로 유지한다.
통신사인 SK텔레콤은 거점 오피스를 곳곳에 만들어 본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원격근무 시스템을 갖췄고, LG유플러스도 직원 50%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부터 주 3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해 월요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근무한다.
IT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사측과 직원 모두 원격근무의 효율성을 인정하게 됐다”면서 “직원들이 굳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통념이 사라졌고, 기업들은 기존 사무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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