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지개 연정' 1년 만에 끝

김혜리 기자 2022. 6. 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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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타도" 8개 정당
요르단강 서안 법안 불발에
자진 해산..10월 또 총선
“여기까지” 이스라엘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왼쪽)와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의회에서 연정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예루살렘 | A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지난해 기적적으로 출범한 ‘무지개 연정’이 결국 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와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연정을 해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트 총리는 “연정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고갈됐다”며 다음주 크네세트(의회) 해산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해산안이 통과되면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라피드 장관이 임시 총리를 겸하며, 이스라엘은 약 3년 만에 5번째 총선을 치르게 된다. 차기 총선 예정일은 오는 10월25일이다.

지난해 3월 총선 이후 중도, 좌파, 우파, 아랍계 등 8개 군소정당은 무지개 연정을 성사시켰다. 2009년 이후 지속돼 온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의 장기 집권을 끝내자는 공통 목표하에 뭉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의회 승인투표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견해 차이가 커 출범 초기부터 잡음이 계속됐다. 의회 의석 120석 중 61석으로 출범한 연정은 지난 4월 극우성향 정당 야미나의 이디트 실만 의원이 연정 지지를 철회한 데 이어 5월 좌파 정당 메레츠의 가이다 리나위 조아비 의원도 이탈하며 과반을 상실했다.

아슬아슬했던 연정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일명 ‘요르단강 서안 법’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해당 법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에게 시민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형법과 민법 일부를 적용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의회는 5년 단위로 이 법을 연장할지를 투표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엔 연정 내 일부 아랍계 의원들이 반기를 든 와중에 연정을 해체하려는 우파 성향 야당까지 반대표를 던지면서 해당 법안은 지난 7일 처리가 불발됐다. 서안 정착촌 거주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국민이 누리는 기본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실상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로 여겨졌던 첫 법안 투표가 좌절되면서 연정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

연정의 양대 축인 베네트 총리와 라피드 장관은 연정 해체를 선언하면서 해당 법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 했다. 정부가 붕괴되면 해당 법은 일몰 적용이 유예되고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연정이 끌어내린 네타냐후 전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부패 혐의로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야당인 리쿠드당의 총수다. 또 연정이 범죄 혐의로 기소된 후보자가 총리직을 맡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도 허점이 됐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연정 해체를 두고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정부가 종언을 고했다. 리쿠드당 주도의 민족주의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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