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렸던 여행 수요 폭발하는데..팬데믹 구조조정에 파업까지 '항공대란'

노정연 기자 2022. 6. 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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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물, 수요 못 따라가
미 연휴 때마다 무더기 결항
유럽선 파업 맞물려 더 혼돈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항공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인력과 비용을 감축했던 항공사들이 급증하는 비행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데다 유럽에선 여행업계 노동자들의 파업까지 겹치며 올여름 여행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노예해방일(준티스데이) 연휴 기간 동안 5000대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공휴일인 노예해방일(6월20일)과 아버지의날(6월19일)이 이어진 이번 연휴 동안 미국 내 여행객이 급증했으나 항공사의 인력 부족과 악천후 등이 겹치며 대규모 결항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연휴 초반인 지난 17일 미국에서 전체 항공편의 3분의 1이 지연됐다. 18일에는 6400대 이상의 항공편이 지연 출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이후 비행 수요가 급증하는 연휴 때마다 대규모 항공편 취소·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앞서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5월30일) 연휴 기간에는 항공편 7000여편이 무더기 결항됐다. 기상악화가 1차 원인이었으나 팬데믹 시절 단행된 항공업계의 대규모 인원 감축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연휴와 방학이 겹치며 유럽 곳곳에서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가디언은 “유럽 전역에 걸쳐 거의 200편의 항공편이 취소돼 여행객 수만명의 발이 공항에 묶였다”며 ‘대혼돈’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상황은 코로나19 회복과 함께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여행업계 노동자들의 파업과 맞물리며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영국에서는 21일 철도해운노조(RMT)가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에 돌입해 영국 내 철도 운행의 80%가 중단된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선 이달 초 직원들의 파업으로 100여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거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의 소속 노동자들도 벨기에·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노조와 함께 임금 삭감 등에 항의하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여행과 레저 활동을 자제하던 이들의 ‘보상 여행’ 수요가 올여름 폭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관광지행 비행편의 대규모 결항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항공사와 공항들은 임금 인상 등을 내걸고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많은 직원들이 이미 다른 직종으로 전업한 데다 신규 직원 훈련에 시간이 걸려 단기간에 인력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업계 구인난 해소가 내년을 넘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비록 여행업계가 당장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회복된 여행 수요로 항공산업이 내년에는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연례총회에서 파산이 전망되던 대부분 항공사들의 상황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실적이나 그 이상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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