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화물 운송 막은 리투아니아에 보복"

김유진 기자 2022. 6. 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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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닌그라드 운송 철로 봉쇄 이틀 만에 '강경 대응' 경고
우크라 사태, 발트해로 불똥..'수발키 회랑' 화약고 우려
리투아니아 정부가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주로 가는 철도 화물 운송을 제한한 다음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 화물 열차들이 칼리닌그라드-소르티로보츠니역에 서 있다. 타스연합뉴스

리투아니아가 발트해에 접한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주로 가는 철도 화물 운송을 대폭 제한하자 러시아가 ‘대응 조치’를 경고했다. 리투아니아를 거쳐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와 칼리닌그라드를 육로로 연결하는 ‘수발키 회랑’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또 다른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추진, 발트해 연안 3국의 반러시아 연대 등이 본격화하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러시아 외교부는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초치해 리투아니아 정부가 지난 18일부터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러시아의 화물 운송을 제한한 데 대해 강력 항의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의 조치를 두고는 “국제법적 의무를 위반한 도발적 행위이자 노골적인 적대 조치”라고 비난했다. 특히 러시아는 리투아니아가 화물 운송을 완전히 복원하지 않을 경우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한 행동을 취할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투아니아에 대해 보복 차원의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화물 운송 중단은 유럽연합(EU) 차원의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것으로 독자 조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리투아니아에 대한 러시아의 강경 대응 천명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트해 연안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접경에 위치한 수발키 회랑이 주목받고 있다. 길이 100㎞의 이 회랑은 러시아 최대 우방인 벨라루스에서 칼리닌그라드까지 육로로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전에도 러시아 세력권 사이에 끼어 있어 유럽 안보의 ‘구멍’으로 거론돼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군의 진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나토와의 대결로 확대할 경우 첫 번째 표적은 수발키 회랑이 될 것이라고 서방 군사 계획가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가 서방에 포위된 ‘섬’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러시아의 우려를 반영한다. 발트해에 면한 인구 100만명의 소도시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군의 발트해 함대 본거지로 수만명의 러시아군 병력과 핵무기까지 배치돼 있다. 그런데 핀란드·스웨덴까지 나토 가입이 확정되면 발트해는 사실상 ‘나토 내해’가 된다. 이미 남북으로 나토 회원국에 둘러싸인 칼리닌그라드는 사실상 해상 봉쇄에 가까운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에 나토 확장을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해온 러시아가 벨라루스에서 수발키 회랑으로 진격, 칼리닌그라드로 이어지는 육로를 건설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도 흑해 장악을 위해 크름반도(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을 잇는 남부 도시 마리우폴 점령에 매달렸다.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국가들은 나토 주둔 병력 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푸틴 정권이 수발키 회랑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특별군사작전’을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토 회원국 침공은 곧바로 러시아 대 나토 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가정할 수는 없다면서 지난해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합동 군사훈련에서 수발키 회랑 봉쇄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리투아니아의 한 민병대원은 폴리티코에 “수발키 회랑은 리투아니아의 아킬레스 건”이라며 국경 지역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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