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 수문 개방 후 올챙이 99.9% 폐사
3년 뒤 산란할 성체 수 급감
경찰, 수문 개방 고의성 조사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망월지에서 최근 수문 개방(경향신문 4월28일자 12면 보도)으로 99% 이상의 올챙이가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저수지 수문 개방이 고의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대구 수성구는 지난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전문 용역업체가 망월지와 인근 두꺼비 서식지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조사 결과 성체 두꺼비가 지난 3월14일부터 25일까지 망월지에 낳은 알은 328만5000~365만개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알에서 올챙이가 부화한 이후인 4월15일쯤부터 망월지 지주 등으로 구성된 수리계 관계자들이 수문을 개방하는 바람에 저수지 수위가 낮아져 올챙이 대부분이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업체는 성체 두꺼비가 낳은 알의 약 0.05% 수준인 올챙이 1680마리 정도만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매년 알에서 태어난 두꺼비의 생존 개체수가 약 230만~250만마리(폐사율 20~3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이번 용역을 통해 망월지에서 태어난 두꺼비가 인근 욱수산으로 옮겨가고 약 3년 뒤 다시 망월지로 알을 낳으러 온다는 점도 확인됐다.
망월지 수리계가 2018년에도 수문을 열면서 저수지 물이 30%가량 줄었는데, 3년 뒤인 지난해 알을 낳으려는 성체 두꺼비 이동 개체수가 급감했다. 2020년과 올해의 경우 성체 두꺼비 이동 개체수는 평년 수준인 1500여마리였지만 지난해에는 900마리 정도로 줄었다. 올해 수문 개방으로 2025년에는 성체 두꺼비 개체가 400~500마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2018년 사례를 비춰봤을 때 2025년에도 알을 낳기 위해 이동하는 두꺼비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두꺼비 개체수가 줄면서 인근 서식지를 중심으로 생태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성구는 지난해 11월 망월지와 인근 욱수산 일대(27만2366㎡)를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수성구는 이번 조사 보고서를 보전지역 선정의 참고자료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수성구는 지난 4월25일 저수지 물을 사용해 온 주민들이 의도적으로 수문을 열면서 올챙이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보고 수리계 관계자들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망월지 수문 개방과 올챙이 집단 폐사의 관련성과 고의성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마쳤고, 주민 등을 상대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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