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법치주의 훼손"..김 청장, 행안부 장관에 면담 요청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박하얀 기자 2022. 6. 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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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들 반발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경찰청은 21일 행정안전부의 경찰 지휘·감독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안에 대해 “법치주의 훼손이 우려된다”며 범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측에 즉각 면담을 요청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토론회를 예고하는 등 반발했고, 시민사회도 경찰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경찰청은 전국 지휘부 회의를 마친 뒤 입장문을 통해 각계 전문가를 비롯해 국민, 현장 경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했다. 경찰청은 “이번 자문위 권고안은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 제도의 기본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면서 “나아가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청장이 주재한 회의에선 자문위 권고안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한 참석자는 “침울하고 참담한 분위기였다”며 “자문위 권고안에 대한 법적 검토를 비롯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용단을 내릴 시기가 있을 것” “마지막까지 할 일을 하셔야 한다” 등 내달 23일 임기가 끝나는 김 청장의 거취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 청장과 이 장관의 면담이 22일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선 경찰관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직협) 대표단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통해 인사·예산·감찰 사무에 관여하고 수사지휘까지 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적 견제 원칙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 경찰직협은 긴급 토론회를 열고 행안부 규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노동 단체들도 비판 성명을 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 권한이 강화될수록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약화하고 경찰이 정치권력에 직접적으로 종속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내 “‘빅브러더 행안부’를 만들겠다는 일차원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장관 자문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도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와 경찰권 분산이라는 경찰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고려가 없었다”며 “경찰행정과 그 제도를 32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유진·박하얀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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