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와신상담..3단 엔진 문제 해결 '로켓 기술 독립'
성능검증위성 실린 것도 의미..'우주 화물 운송' 기능 입증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미국,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에서 7번째로 1t급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 성공 문턱에서 누리호의 발목을 잡았던 3단 로켓 엔진은 이번에는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8개월간의 ‘와신상담’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국내 연구진이 자체 개발해 1단과 2단에 장착한 액체엔진도 신뢰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로써 한국은 안보 문제로 해외에서의 도입이 불가능한 로켓 기술을 스스로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이날 누리호 2차 발사 이후 진행된 공식 브리핑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자력으로 만든 발사체를 자국 영토에서 쏘아 올린 7번째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한국이 새롭게 합류한 것이다. 1t급 위성은 중형 실용위성의 일반적인 덩치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 다른 비행 절차는 모두 정상 진행됐지만 3단 로켓 엔진 내 부품인 헬륨 탱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임무 성공’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누리호가 상승하는 도중 본래 자리에서 이탈한 헬륨 탱크가 산화제 탱크를 파손하면서 3단 엔진이 예정보다 46초 일찍 꺼졌고, 목표 속도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투입하지 못했다. 위성 모사체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호주 인근 바다에 추락했다.
이날 2차 발사 때는 문제없이 3단 엔진이 작동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간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 등이 1차 발사 당시 누리호의 비행 과정을 조사해 문제점을 해결한 덕분이다. 연구진은 헬륨 탱크의 고정 장치를 누리호가 상승할 때 생기는 강한 힘을 견디도록 튼튼하게 만들었고, 지상에서 시험을 거쳐 강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누리호 1단과 2단에 장착된 75t급 엔진의 신뢰성이 이번 2차 발사로 다시 입증된 것도 성과다.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는 시대가 열린 지 50년이 넘었지만 75t급 중대형 액체엔진을 개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뿐이다. 그만큼 고난도 기술이라는 뜻이다.
발사 직후 지구 중력을 뿌리치기 위해 쏟아내는 누리호의 힘은 이 75t급 액체엔진에서 대부분 나온다. 만약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누리호의 탄생도 어려웠다. 누리호 1단에 75t급 엔진 4기를 한데 묶어 추진력을 증강하는 기술인 ‘클러스터링’은 지난해 10월 1차 발사에 이어 이번에도 이상 없이 구사됐다. 클러스터링은 여러 엔진의 힘을 정교하게 제어해 한 기의 엔진처럼 통제하는 것인데, 국내 연구진이 1차 발사 때에 이어 이번에도 기술적인 능력을 입증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준수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로켓 기술을 국가 간에 주고받는 일을 사실상 금지한다. 무기 전용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다. 이 때문에 우주로 가는 길은 모든 나라가 스스로 열어야 한다. 이번 발사를 통해 한국이 그 일을 해냈다.
2차 발사에서 누리호에 성능검증위성이 실린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누리호 3단 로켓에 탑재된 성능검증위성은 누리호가 ‘우주 화물 운송’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시험했다. 이 위성은 자신이 어느 궤도를 돌고 있는지 지상국에 위치신호를 발신한다. 임무 수행 기간은 2년이고 크기는 가로와 세로, 높이 모두 90㎝ 전후다. 성능검증위성은 대전 항공우주연구원과 남극 세종기지에 설치한 안테나를 통해 지상국과 지속적으로 교신할 예정이다.
성능검증위성 내부에는 초소형(큐브) 위성 4기도 장착됐다. 초소형 위성은 조선대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에서 만들었다. 지구 관측이나 미세먼지 감시 기능 등을 한다.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주를 통해서 좀 더 도전적이고 큰 꿈을 함께 꿀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연구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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