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투자 하고 싶은데 환전소에서 사면 되나요?

김정은 2022. 6. 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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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달러부터 매입할 거야. 한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게 환율이니까."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서 배우 유아인은 국가 위기 징후를 포착한 뒤 확신에 차 이렇게 말합니다. 국가가 부도 상황에 처하면 환율이 치솟을 것이란 판단에 달러를 대량으로 매입하죠. 달러가 고공 행진할 때 달러를 팔아 반 토막 난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을 사들여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이 사례만 보면 인생역전의 기회가 달러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 환율 상황도 심상치 않습니다. 1300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고점일까요? 경기 침체가 정말 온다면 여기서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스마일 커브'라고 하는데요. 경기가 활황일 때나 불황일 때 달러화 가치가 오른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1998년이 아닌 2022년 현재의 달러 투자는 유아인처럼 '한 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달러 투자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서, 주식 등 위험자산이 크게 출렁이는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대피처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달러 투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달러 투자, 큰 변동성 없지만..."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최근 기사에서 '달러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갔다'라는 말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환율은 원화와 달러화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원화도 달러화도 강세일 때는 어떻게 될까요. 그럴 땐 누가 더 강세냐에 따라서 환율은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환율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향후 환율 흐름을 예상하기 힘들단 의미겠죠.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훌쩍 넘어 1300원을 두드리고 있는데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보통 1000~1300원 사이에서 움직입니다. 종가 기준으로 1300원선을 돌파한 건 지난 2009년 7월 13일(1309.50원) 이후 13년간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지난 10년 간 원/달러 환율 고점(종가 기준)은 이달 13일 기록한 1291.68원이고, 저점은 2014년 7월 3일 기록한 1009.25원입니다. 하루에도 30% 등락을 보이기도 하는 주식 시장과 비교하면 변동성이 크지 않죠.

물론 달러 투자의 경우 하나의 종목만 보며 오르거나, 내리거나 등의 방향만 맞춘다는 점에서 여타의 투자보다 쉬워 보일 순 있습니다. 하지만 자산을 불려가는 재미가 그만큼 약하다는 건 알고 투자하셔야 합니다.

달러는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의 하락을 방어하는 보험용 성격이 강합니다. 경기가 아주 좋을 때는 물론, 절망적인 상황일 때도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기 때문이죠.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이 봉쇄 상태에 들어갔을 당시 국내 증시는 2주 동안 400포인트 이상 빠지며 1500선(3월 20일 종가)까지 밀렸습니다. 반면 달러 가치는 3월 초 1100원 수준에서 같은 달 말에는 120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이렇게 비상사태가 오면 주식, 부동산 등의 가격은 하락하는데 반대로 달러 가치는 오르게 됩니다. 즉 달러는 보험용으로 아주 유용한 투자처죠.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장롱 속, 은행에 묵혀두는 달러 투자..."이자도 배당도 없어"

달러 투자를 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현찰을 떠올리실 텐데요. 은행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집 안 장롱에 고이 모셔두는 방법이죠. 하지만 이 방법은 재테크라기 보단 고급 취미생활에 가깝습니다.

은행에서 달러를 사고 팔 땐 환전 수수료가 붙습니다. 은행 환전 수수료는 보통 3~4% 정도인데요. 살 때와 팔 때 각각 1.50~1.90% 가량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A은행의 미 달러화 매매기준율이 1200원이고, 환전수수료율이 살 때 1.50%인 경우 1218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팔 때도 수수료가 동일하게 적용돼 총 거래비용은 36원이 되겠죠. 즉 환율이 1200원인 경우 1218원에 산 달러로 이익을 보기 위해선 환율이 1236원 이상까지 올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찰을 집에 쌓아두기엔 너무 험한 세상이란 생각이 드시는 분들에겐 외화예금이란 방법도 있습니다. 원화를 자동으로 환전해 달러로 예금을 들어 놓는 것이죠. 현찰로 갖고 있는 것보단 안전하단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화보통예금의 경우 이자율은 거의 0%에 수렴합니다. KB은행의 경우 외화보통예금의 금리는 0.01%입니다. 물론 기간을 정해두고 달러를 넣어 두는 정기예금의 경우 12개월 기준 2%대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의 경우 환전 수수료가 3% 정도가 들어간다는 걸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도 있을 수 있죠.

외화예금 가입 시 유의사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화현금으로 입출금 하는 경우에는 외화현금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달러 지폐를 들고 와서 예금을 할 때도 별도의 수수료가 또 붙는다는 겁니다.

주식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쯤에서 달러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떠올리실 겁니다. 국내에 상장된 달러를 추종하는 ETF는 모두 선물 ETF입니다. 선물이라고 하면 덜컥 겁을 먹는 투자자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다행히 달러 선물의 경우 달러 현물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단 장점도 있겠네요. 또 달러가 하락할 때 수익을 보는 인버스와 달러 선물 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환율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고 할 만큼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달러 추종 ETF의 경우 여타의 국내 ETF와 달리 이자는 물론 배당도 없습니다. 오히려 해마다 운용 보수를 내야 하죠. 따라서 ETF를 갖고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KODEX 미국달러선물 ETF의 경우 연 0.250%의 운용 보수를 지급해야 합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달러화.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증권사 환전수수료 저렴하단 장점...美 월 배당 ETF도 '쏠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증권사에서 파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과 발행어음이란 것도 있습니다. 증권사를 통한 달러 투자가 유리한 점은 환전 수수료가 은행보다 10분의 1 가량 저렴하단 것입니다. 은행에서는 실물 화폐를 많이 환전하는 반면 증권사는 전산상의 달러를 뜻하는 전신환으로 바꿔주기 때문이죠. 따라서 은행과 이자가 비슷하다고 해도 남는 장사가 됩니다.

RP란 간단하게 말해 증권사 외화예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달러를 일정 기간 동안 맡겨두는 대신 이자를 받는 거죠. 달러 RP는 대형 증권사라면 대부분 판매하지만 달러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에서만 판매합니다. 현재는 초대형 IB 중에서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을 기준으로 1년 만기 RP 금리는 1.50%, 발행어음 수익률(정액 적립식)은 2.05%입니다. 발행어음 이자가 외화보통예금보단 훨씬 높고 최근의 원화예금 수준과 비슷하죠. 다만 달러 RP와 발행어음은 모두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달러 RP는 증권사가 고객이 잠시 예치한 돈으로 외화로 표시된 채권을 사고, 나중에 증권사가 되사는 방식입니다. 증권사가 망한다고 해도 채권이란 담보가 남아있으니 문제가 될 건 없죠. 하지만 발행어음의 경우 담보 없이 증권사가 자신의 신용으로만 고객의 돈을 끌어오는 것이니 비교적 위험부담이 있습니다. 그래도 달러 투자 금융상품 중에는 제일 수익률이 쏠쏠하죠.

아마 보통의 개미들이 달러 투자처로 가장 고르기 쉬운 건 미국 주식일 텐데요. 그런데 자산을 보호하겠단 목적으로 테슬라와 같은 개별 주식을 사게 되면 위험하겠죠. 예금만큼이나 최대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건 미국 월 배당 ETF와 리츠(REITs)입니다.

미국 월 배당 ETF 중에선 DIA와 SPHD 등이 유명합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IA는 1998년에 최초 발행돼 2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죠. DIA의 5년간 평균 배당 수익률은 1.95%입니다. 보통 원화 예금금리 수준이죠. SPHD는 S&P5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데요. 이 종목 역시 배당 수익률(5년 평균, 3.66%)이 쏠쏠합니다.

또 미국 부동산을 주요 자산으로 하는 리츠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힙니다. 가장 유명한 건 미국 리츠에 분산 투자하는 VNQ ETF입니다. VNQ의 경우 분기별로 배당을 지급하는데, 상장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이 외에 O라고 하는 리얼티인컴 리츠도 있죠. 리얼티인컴은 매월 배당을 지급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한 해 평균 4.52% 배당을 지급하면서 서학개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죠.

월 배당 ETF와 리츠 모두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폭락장에서 이들의 주가도 함께 빠질 위험성이 있죠. 폭락장에 대비하기 위해선 미국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 국채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기 때문에 금융위기 상황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올라가죠. 미국 국채 ETF는 IEF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배당주와 리츠, 국채 같은 밋밋한 투자는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들을 위해 '오마하의 현인'이 정답지를 살짝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이 스스로 공개한 자신의 유언장에는 "내가 죽으면, 기부하고 남은 자산의 90%는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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