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음악 표절

최민영 기자 2022. 6. 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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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가수 유희열씨(왼쪽)의 ‘아주 사적인 밤’을 비롯한 2곡이 일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 ‘1900’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안테나 제공·경향신문 자료사진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민요부터 재즈까지 닥치는 대로 악상을 훔치는 “희귀한 도벽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리투아니아 민요 여럿을 베껴다가 대표작 ‘봄의 제전’으로 다시 빚었다.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도둑질한 돌을 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남의 작품 베끼기로 악명 높았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파블로 피카소)는 정서는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12음계라는 제약 속에 원작과 다르거나 더 나은 음악을 만들기만 한다면 고유의 창작으로 인정받았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음악산업이 성장하며 강화됐다. 소송에 음악 법의학자들까지 등장했다. 유튜브 최다 조회 100억뷰를 기록한 동요 ‘아기 상어’는 작자미상 구전동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제작사 주장이 인정돼 지난해 1심에서 승소했다. 레드 제플린은 ‘스테어웨이 투 헤븐’의 표절 혐의를 비롯한 여러 차례 소송으로 곤욕을 치렀다. 2013년 최고 히트곡 ‘블러드 라인’이 마빈 게이의 표절작으로 인정돼 미국 가수 로빈 시크가 배상한 액수는 60억원이 넘는다. 미 밴드 그린데이의 히트곡 ‘아메리칸 이디엇’(2004년)은 가수 조영남의 ‘도시여 안녕’(1990년)보다 속도가 빠를 뿐 멜로디가 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씨는 “나도 번안곡으로 데뷔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다.

음악 표절의 명백한 기준은 딱히 없다. 보통 사람이 들어도 유사할 정도면 표절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의도적으로 베끼는 경우도 있겠지만, 작곡가가 예전에 들었던 음악을 자신이 창조해낸 음악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히트곡 진행 방식인 ‘머니 코드’를 비롯해 정형화된 대중음악에선 특히 표절 함정에 빠지기 쉽다. 발표에 앞서 곡을 여럿에게 들려주고, 속도·음계를 바꿔보는 방식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작곡가 겸 가수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 등 2곡이 일본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 ‘1990’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사카모토는 입장문에서 “모든 창작물은 기존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 가미한다면 훌륭하고 감사할 일”이라며 법적 조치 없이 유씨의 새 앨범에 행운을 기원했다. 암 투병 중인 거장의 쾌유를 바란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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