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거사 문제에는 강경..韓 같이 갈 나라인지 탐색 중"

정다슬 2022. 6.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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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日정가·언론계 두루 만나
'주저앉는 일본, 부활하는 일본' 공동저서 발간
"日, 독도해양선 문제로 한일관계 개선 기대감 낮아져"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사진=연합)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양국간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실제 관계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한일관계 개선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히는 과거사 문제 해결에 있어 일본이 양보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양측간 현안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2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개최한 ‘주저앉는 일본, 부활하는 일본’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최근 일본을 방문해 느낀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진 센터장은 이 책의 공동저자들과 함께 일본 정치인, 언론인 등 35여명의 인사를 한일관계와 역내·글로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 센터장은 “일본 정치권이 이전보다 한국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특히 독도 주변 해양조사선 이슈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일본의 논설위원은 그에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증가했으나 독도 해양선 사건 이후 줄어들었고, 윤석열정부의 대응 양상을 보고서는 더욱 줄어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여전히 강경했다는 설명이다. 진 센터장은 “다른 것은 양보할 수 있으나 강제징용 등에서는 (양보할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일본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본 측 인사들에게 윤덕민 주일대사 내정자 등이 거론한 대위변제 방식의 해법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도 그에 대한 반대급부는 전혀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민당 의원에게 대위변제를 하더라도 일본 기업이 (사죄 등을 위해) 피해자들을 만나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더니 ‘노’(no)라고 하더라”며 “쿼드 참여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 등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양보할 게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진 센터장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경우, 보수정권에서도 한일관계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지며 “불신의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위시한 강력한 정치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정부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관 기구에 대해서는 “굉장히 좋은 시그널”이라며 “민관기구를 통해 피해자 단체들과의 지속적 대화와 여러 만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외교 특보와 대일정책조정관 등을 신설해 국내외 양쪽에서 소통을 이어나가고 갈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 센터장은 “박근혜 정부 때는 피해자 단체들과의 소통이 없이 한일 정부만 소통했고,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소통 없이 피해자 분들만 만났다”며 “이번에는 양쪽 모두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필진 중 한 명인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는 “일본이 관심있는 것은 한국이 얼마나 자유주의 질서 지키기에 진심인가라는 것”이라며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자신들만큼 분노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역시 일본에서 느낀 현안 인식에 대한 ‘괴리감’에 공감하며 “일본은 한국이 유지국(有志國·뜻을 같이 하는 나라)인지 문재인정부와 달라졌는지 조심스럽게 일본인 특유의 속도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같은 일본의 입장에 한국이 무조건으로 맞추기보다는 우리의 방향성과 태도를 명확히 해 예측가능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같이 어려운 현실에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3각 안보협력 필요성이 높아지는데다가 한일간 갈등이 지속될 경우 양국 모두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아서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는 모이면 모일수록 정확해진다는 기능적 측면과 신뢰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지소미아 정상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한일 관계라는 ‘양자’적 측면이 아닌 국제사회의 한 파트너 국가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일본을 ‘과거 제국주의 국가’, ‘우익 국가’, ‘반성하지 않는 나라’ 등으로 단순화시키면 그 안에도 다양한 담론이 있으며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일본의 선택을 단순해석하는 경향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주저앉은 일본, 부활하는 일본’은 일본 전문가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전문가들도 참여해 다른 나라의 관점에서 일본이란 나라를 해석하기도 했다.

진 센터장은 “한일 학계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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