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우주개발 시대 활짝]우리 손으로 만든 로켓으로 우리 위성을 우주에 올려놓은 순간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주에 쏘아 올렸습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LSV-Ⅱ)가 21일 하늘문을 열었다.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며 눈 깜짝할 새 하늘로 올라간 누리호는 700km 상공에서 초속 7.5km 속도로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지구 저궤도에 투입했다. 한국이 자력으로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것을 증명한 것이다. 한국은 우주발사체 발사국을 의미하는 ‘스페이스클럽’에 11번째,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역량으로 따지면 7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누리호는 75t 엔진 4기를 장착한 1단 로켓이 127초 연소하면서 고도 59km까지 올랐다. 동시에 1단 로켓은 분리되고 75t 엔진 1기를 단 2단 로켓이 시속 6480km 속도를 내며 점화한 것이 확인됐다.
2단 로켓이 점화된 누리호는 고도를 높여 가다 발사 235초 후 고도 191km를 지날 때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을 분리했다. 2009년 8월 나로호(KSLV-) 발사 당시 페어링 한 쪽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실패한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했다. 발사 245초 후에는 고도 200km를 통과했다. 발사 274초 후 고도 258km에서는 2단 로켓이 연소를 마치고 분리됐다.
곧 바로 3단 엔진 연소가 점화됐다. 3단 엔진이 목표 연소시간인 521초를 채우는지는 이번 발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였다. 3단 엔진이 목표 연소시간을 채워야만 목표 고도인 700km 궤도에 위성을 안착 시킬 수 있는 시속 2만7000km까지 속도가 높아지는 단계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당시에는 산화제탱크 내 헬륨탱크가 분리되면서 산화제가 누설되는 바람에 521초를 채우지 못하고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3단 로켓은 이번에도 목표 연소시간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륙 후 897초 뒤 고도 700km에서 성능검증위성 궤도 투입이 이뤄졌야 하나 880초 후 성능검증 위성 분리가 확인됐다. 누리호의 탑재체 중량인 1.5t을 맞추기 위해 함께 우주로 향하는 1.3t 무게 위성모사체는 950에 분리됐다. 기존 예상 분리 시간은 967초였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누리호가 고도 700km, 초속 7.5km의 비행 속도를 달성 후 성능 검증 위성을 분리했다”며 “위성 모사체가 분리되는 과정까지 모두 끝나 임무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누리호의 정상 비행 확인되자 긴장하던 항우연 연구진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연구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김주년 항우연 발사체전자팀장은 “누리호는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친구와 같았다”며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 성공은 숱한 시도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다.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궤도인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모형위성을 투입하는데 실패했다. 2차 발사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기상 상황과 예기치 않은 레벨센서 문제가 발생하며 발사 연기가 두 차례 이어진 가운데 3번 시도 만에 2차 발사를 성공한 것이다.
이번 2차 발사는 1차 발사 때와 달리 실제 위성이 실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5t 짜리 위성 모사체만 실린 1차 발사때와 달리 성능검증 위성이 탑재됐다. 수 kg의 큐브위성 4기를 우주 궤도에 올려 놓으며 엔진 단 분리 기술과 위성보호 덮개(페어링) 분리 등 어려운 기술을 다시 한번 성공하면서도 누리호의 우주궤도 투입 성능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발사 이후 눈여겨볼 것은 큐브위성 사출 과정이다. 발사 일주일 뒤 큐브위성 사출을 시작해 이틀 간격으로 4기 모두 사출한다. 큐브위성 사출 기술의 검증무대가 될 전망이다. 큐브 위성은 2019년 열린 4차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최종 임무팀으로 선정된 대학 연구팀들의 큐브위성으로 우주과학기술 실험을 수행한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은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주에 쏘아 올렸다”며 "한국이 우주에서 뭘 할지 후속 발사체로는 무엇을 개발할지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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