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세상, 측정표준 발전 위에 있다

2022. 6. 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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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1875년 5월 20일 17개국이 모여 체결한 미터협약은 최초의 다자간 국제조약이다. 전 세계 측정표준의 기준을 제시하고 측정의 국제적 통일성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인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에 매년 5월 20일을 세계측정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길이와 질량 단위의 표준에만 관심을 두었으나, 1921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모든 물리량을 다루도록 확장되었다. 1960년에는 기존 미터법 단위체계를 정비하여 새로이 국제단위계를 만들었다. 국제단위계는 미터(길이), 킬로그램(질량), 초(시간), 암페어(전류), 캘빈(온도), 몰(물질량), 칸델라(광도)로 구성된다.

세계 주요국은 측정표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19세기 말 또는 20세기 초에 국가측정표준기관을 설립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측정표준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미터협약이 체결된 지 100년만인 1975년에 설립됐다. 주요국에 비해 수십 년의 격차를 두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는 세계 5위권의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측정표준은 사회전반의 인프라로 동작하는데 그 예로 우리가 GPS라고 알고 있는 위성항법시스템을 들 수 있다. 만일 위성항법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범지구적인 혼란이 일어날 것임이 틀림없다. 이 시스템은 위성을 통해 위치, 항법,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정확한 시각정보의 제공을 위해 위성에는 소형원자시계가 탑재되며 지상에서 작동하는 여러 대의 원자시계들과의 연동 및 비교를 통해서 정확한 시간이 유지된다.

위성항법시스템이 보급하는 정확한 시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항공기 등 거의 모든 교통수단, 휴대전화기, 통신망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GPS는 미국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며, 이와 같은 국가적 핵심인프라의 대외 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 주요국은 독자적인 시스템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을 진행 중이며 KRISS는 원자시계 개발 및 시각동기 등을 담당한다.

KPS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거대 인프라의 원활한 동작을 위해서는 시간 등의 측정표준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경영학의 세계적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말로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급격한 사회 변화로 전 세계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는 현재, 전 세계인의 공통 언어인 표준은 이전보다 더 큰 책임을 안고 있다.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측정표준 분야 글로벌 당면과제는 '측정표준, 디지털 세상의 기준(Metrology in the Digital Era)'이다. 전 세계가 디지털 사회로 옮겨가고 있는 과정에서 측정표준의 역할을 되짚어보자는 취지다.

디지털 세상으로의 이행에서도 측정표준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해 산업·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측정표준은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준이 되어 줄 것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의 발전은 측정장비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더욱 높여 줄 것이며, 이를 활용한 응용분야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측정데이터가 기술발전의 근본이 되는 만큼, 데이터의 품질을 보장하는 KRISS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KRISS는 다른 나라의 국가측정기관보다 선제적으로 교정성적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여 교정업무의 효율화와 보안성을 높인 바 있다.

향후 KRISS는 컴퓨터가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포맷으로 된 디지털성적서로의 전환을 통해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손쉽게 측정표준을 보급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연구데이터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 구축에 기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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