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공포의 플라스틱, 해법은?

2022. 6. 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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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세계자연기금(WWF)이 금년 초에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2040년에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금의 2배가 되고 2050년에는 바닷속 플라스틱이 지금의 4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이 심한 핫스폿(hot spot)으로 지중해와 북극 해빙지역 그리고 우리의 서해 바다인 동중국해와 황해를 꼽고 있어 플라스틱 오염이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줬다.

따라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사용한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거나 분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페트병을 일부 재활용하여 각종 의류를 만들고 있지만 이 방법의 한계는 재활용해서 만든 의류는 염료 등 다양한 물질과 혼합되어 있어 더 이상은 재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과 애벌레를 이용하여 플라스틱을 분해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년 초에 오스트리아에서는 도축장에서 나온 소의 위액으로 페트병을 분해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위에 있는 슈도모나스라는 세균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페트병을 분해하는 균을 찾아낸 다음 이 균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 2가지를 찾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영국의 맥기헌 교수가 이 효소를 개량하여 분해 속도를 크게 증가시켰다.

프랑스 역시 카르비오라는 회사가 퇴비 더미에 있는 미생물의 효소를 이용하여 페트병의 90%를 10시간 만에 분해하는데 성공했다. 오는 2024년까지 연간 4만톤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분해된 성분은 재활용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 조작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페트병을 분해하는 기술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개발했다. 경북과학기술원에서는 곤충 내장에서 분리한 슈도모나스균을 이용하여 분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폴리스티렌을 분해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슈도모나스균은 항생제 내성균으로도 악명이 높기 때문에 가능하면 균 자체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인체에 해가 없는 안전한 균을 선택해 유전자 조작을 하여 필요한 효소를 대량생산하는 방법이 안전하면서도 더 효율이 높다.

세균 외에도 딱정벌레의 애벌레인 밀웜은 스티로폼을 왕성하게 먹어서 배설하는데 배설물은 매우 안전하여 퇴비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이는 밀웜의 뱃속에 있는 세균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을 직접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그리고 죽은 밀웜의 껍질을 이용하여 완충 및 방수기능이 있는 스티로폼의 대체제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는 1억5000만년 전 백악기 때부터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꾸준히 생존해 왔다. 원래는 꿀벌의 벌통에 침입하여 밀랍을 먹고 사는데 밀랍은 대표적인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에 착안하여 연구하게 됐다. 이 애벌레가 12시간 이내에 폴리에틸렌 92mg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3가지 효소를 발견하여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영국의 벤처기업인 비옴은 곰팡이가 든 용기를 플라스틱 스펀지로 밀봉했는데 플라스틱이 녹아버린 것을 우연히 발견함으로써 플라스틱을 먹는 곰팡이를 쉽게 찾는 행운을 누렸다. 이렇게 미생물이나 애벌레, 곰팡이를 이용하는 방법이 아직은 실험실 수준이지만 기술이 더 발달하면서 대량의 플라스틱을 빠르게 처리하는 대규모 시설의 설립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플라스틱 자체도 워낙 저렴하지만 소각이나 매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기술이 경제성을 갖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2016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이 88㎏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이고, 국가별 배출량도 451만톤으로 세계 13위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환경을 보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그리고 미래에는 꾸준히 기술 개발과 지원을 통해 경제성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환경의 보존을 위한 전세계적인 규제가 점점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개발한다는 의미에서도 적극적인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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