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사람이 먼저'라면서 죽음은 차별하나

2022. 6. 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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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북(北) 피살 공무원' 사건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 행진이 끝이 없다. 정권 교체와 함께 제기된 재조사 요구 여론에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먹고사는 문제가 얼마나 급한데 이게 현안인가"고 뻐팅겼고, 설훈 의원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라며 한마디 툭 내던졌다가 감당 못해 주워담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의 월북(越北) 판단을 뒤집은 정부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선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6년 전 같은 서해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대할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사골 우려먹듯이 한다'는 따가운 비판도 아랑곳 없이 9번이나 조사한 세월호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와는 반대로 '피살 공무원 사건'은 문 정권에 의해 봉인돼 영원히 바닷속에 묻힐 뻔했다.

오죽 억울했으면 공무원의 배우자가 분을 못이겨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북한 편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울부짖었을까.

세월호 참사든 북한의 만행이든 희생자들은 누구나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피격 살해된 공무원은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남편이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내편 네편으로 편을 갈라왔던 문재인 정권에겐 달랐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문제'지만, 공무원 북 피격사건은 '그들의 사건'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세월호 희생자는 '우리 편'이고 피격된 공무원은 '우리'와는 무관한 '그들 편'으로 보였을 게다.

이처럼 비슷한 사안을 달리보는 관점의 괴리 현상은 도덕의식 연구에서 흔히 인용되는 '폭주하는 전차의 딜레마' 상황에서도 확인된다. 폭주하는 기관차를 막기 위해 선로변경 스위치를 눌러야 하느냐고 묻는 이 딜레마에는 또다른 버전이 있다. 다리 위에 있는 내 옆에 뚱뚱하고 덩치좋은 누군가가 서 있는데, 그를 밀어 전차를 세우는 게 도덕적으로 맞느냐고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리주의적 추론에선 5명의 목숨이 한 명의 목숨보다 더 가치 있으니 한 사람이 희생당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피격 공무원 사건은 동료들의 방수복 증언에서 드러났듯이 구 정권에 의해 '조작된 월북 사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살해된 공무원에게 '부풀려진 도박빚'이란 부정적인 이미지의 '혐오' 프레임을 덧씌워서 정권 차원의 월북 조작을 했을 가능성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지만, 우리 국민은 지난 5년간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의와 평등을 내세운 정권과 정치인이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사회 정의를 망가뜨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어느 정권보다 공정을 가장 많이 얘기했지만 '인국공 사태'처럼 하는 일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서해 피살 사건은 진상이 규명돼야 할 수많은 인권 유린 사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가 어민들을 포승줄로 묶고 안대를 씌워 강제 북송한 반헌법적 사건이다. 당시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주민들은 한국 정부의 강제송환 조치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였다. 문 정권은 강제 송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지만 실상은 구호와 전혀 달랐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란 말이 무색하게 반(反)인권적 행태를 자행했다. 국민에 앞서 '우리편'을, 사람보다는 이념을 앞세웠다. 그런 정신 세계와 도덕 의식에 젖은 의원들에겐 공무원 한 명의 죽음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을 것이다.

좌파 성향의 구 정권은 같은 집단 내에선 서로 협조하지만, 이념과 성향이 다른 집단에 대해선 공공연하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공격했다. "사랑으로 서로 결합하거나 포용하려면 공격할 만한 외부인이 있어야만 한다"는 프로이트의 지적대로다. 그들은 이념과 진영 논리로 나라를 두쪽 냈고, 국가 정체성을 허물어뜨렸다. 죽음조차도 나만 옳고, 당신은 그르다고 주장하는 '내로남불' 정권이 숱한 적폐들을 양산했다. 이러한 적폐청산 없인 윤 정부의 성공도 요원하다.

박양수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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