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없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한겨레 2022. 6. 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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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읽기]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주 목요일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새경방)이 발표됐다. 경방은 보통 한해 상반기와 하반기 2번 발표된다. 이번 새경방은 정권교체 이후 새로운 정부의 경제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20일에는 2022년 경방(구경방)이 발표된 바 있다.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다지만 그들은 마치 마징가제트의 아수라 백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개월 사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경제상황 인식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구경방에서는 우리 경제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고용도 위기 전 수준에 거의 접근해 국제사회에서 우리 경제의 복원력을 위기 극복 모범사례로 들고 있다고 묘사했다. 혁신성장 분야에서도 한국판 뉴딜을 통해 대한민국 대전환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새로운 주력산업으로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2벤처붐이 확산되고 있으며, 선제적이고 과감한 규제혁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랬던 우리 경제가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완전히 폭망한 경제로 바뀌었다. 신경방에서는 우리 경제 성장기반이 주요국 대비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산업 및 기업의 역동성이 지속적으로 둔화돼 민간 활력이 크게 약화됐고, 경제와 사회의 체질개선이 지연되면서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성장률이 낮았음에도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통해 일자리도 만들고 성장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번에는 같은 현상을 두고 민간의 성장기여율이 낮다고 말한다. 바뀐 것은 집권 여당인데, 동일한 기재부가 완전히 다른 평가를 하고 있으니, 과거의 기재부나 현재의 기재부 중 한쪽은 헛소리를 지껄인 셈이다.

이번 새경방의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은 아무래도 ‘민간 중심의 역동경제’ 같다.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조치를 통해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규제개혁 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민간과 기업의 투자 활성화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 때도 규제 혁파를 소리쳤지만 전봇대 뽑고 끝났고, 박근혜 정부 때도 ‘손톱 밑 가시’ 타령했으나 공무원들 규제 관련 위원회 만들고 끝났다. ‘늘공’들끼리 모여서 규제를 혁파한다는 구호는 참으로 믿기 어렵다.

새경방의 문제는 방향성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 문제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처방에 일관성이 부족하다. 마트식으로 정책이 나열은 돼 있는데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해야 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입법사항들이 많아 야당 협조가 필수적인데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솔직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고등교육(대학·대학원) 재정을 포함시키는 방안은 국회는커녕 보수 교육감의 동의도 받기 어렵다.

새경방에서는 기업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인세의 명목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는 확실한데, 중장기적으로 얻을 투자와 일자리 확대는 불확실하다. 법인세율 인하가 중장기적으로 일자리도 늘리고 투자도 늘릴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돼가는 시기에는 세수만 줄어들 뿐이라는 것은 경험을 통해 배운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동일하게 법인세율을 내렸다가 투자가 늘어나기는커녕 세수만 줄어들었다. 또한 법인세 인하 혜택으로 기업 소득은 증가했지만, 그 이득이 투자, 배당, 고용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박근혜정부 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리가 올라가고, 에너지 가격도 올라가고, 실질소득은 줄어들기에 서민들의 삶은 곤궁해질 수밖에 없다. 서민과 중소상공인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세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면 국가채무에 다시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동시에 건전재정의 기조를 확립하겠다고 내세우고 있어 정책 간에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경방에서는 정책의 나열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가 더 중요하다. 이번 경방에서는 그런 정책 우선순위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정치적으로 책임질 경제사령탑이 없는 상태에서 늘공들만이 모여서 만든 보고서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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