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공장 여성노동자는 왜 방광염에 시달리나

이주빈 2022. 6. 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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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작업장이다. 남성의 공간을 (여성에게) 내어줄 수 없다." "우리 공장은 여성이 와서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이 아니다. 여성 화장실 필요 없다."

김은주 실장은 "자동차 생산 공장이 커서 공장 중간에 화장실이 있는데 남성 화장실만 있는 경우가 있다. 쉬는 시간은 짧고 화장실은 멀리 있어 여성 노동자들이 화장실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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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정의당 강은미 의원 주최 국회토론회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공장인력 2%가 여성
"공간 못줘" "여성 작업장 아냐" 여성화장실 배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울산시 제공

“남성의 작업장이다. 남성의 공간을 (여성에게) 내어줄 수 없다.” “우리 공장은 여성이 와서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이 아니다. 여성 화장실 필요 없다.”

국내 자동차업계 생산직 노동자 가운데 대부분은 남성이지만, 분명히 여성도 있다. 여성 노동자가 쓸 화장실은 가장 필수적인 시설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남성 노동자들의 반대로 이런 필수 시설의 설치마저 어렵다는 증언이 나왔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의 공동주최로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 토론회,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가 열렸다. 여성 노동자의 작업장 경험을 연구한 엄재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여성 노동자의 화장실 설치를 두고) 남성 노동자들이 마치 땅따먹기를 하는 것처럼 반대한다”며 남성 노동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자동차 생산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는 소수다. 김은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여성문화실장은 올해 4월30일 기준으로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 공장의 전체 인원(2만9196명) 가운데 2%(539명)가 여성, 98%(2만8675명)가 남성이라고 했다. 김은주 실장은 철저하게 남성 중심인 사업장 구조 탓에 △현장 시설물 △작업 편성 기준 △작업조건 △노조 활동 등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의 공동주최로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 토론회,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가 열렸다. 이주빈 기자

자동차 생산 공장의 공간 구성은 여성 노동자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많은 여성 노동자가 화장실이 멀어 방광염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은주 실장은 “자동차 생산 공장이 커서 공장 중간에 화장실이 있는데 남성 화장실만 있는 경우가 있다. 쉬는 시간은 짧고 화장실은 멀리 있어 여성 노동자들이 화장실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성차별은 화장실뿐 아닌, 다른 시설에서도 발견된다. 김은주 실장은 “남성은 (작업) 반별로 작업장 근거리에 편의 시설이나 휴게 공간이 있다. 하지만 여성 휴게 공간은 극히 드물고, 있어도 접근성이 떨어져 노동자들이 쓰지 못한다”고 했다.

여성 화장실은 공장에 드물게라도 있지만, 작업 자체는 완전히 남성 위주다. 김은주 실장은 “작업 공구 크기, 작업 선반 높이 등은 남성 신체 조건에 맞춰져 있다. 여성 노동자들은 (지급되는) 작업 장갑과 마스크도 맞는 크기를 찾기 힘들어 따로 사 쓰기도 한다”고 했다. 작업 편성 기준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생산 조립공장은 4~5년마다 노사가 신차 조립작업공정에 대한 맨아워(시간당 인력 투입)를 조사한다. (성별에 따라 맨아워가 다를 수 있는데도) 모든 기초 값은 남성 노동자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김은주 실장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사 간 작업 편성 논의를 하면) 어떤 협상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여성은 남성보다 불리한 조건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성 노동자의 작업 환경 개선에 남성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를 위한 시설물 개선에 남성 노동자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전했다. 김은주 실장은 “회사에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현장 남성 조합원들의 동의 얻는 게 실질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여성 화장실을 설치하기 위해 각 대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남성들이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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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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