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넘은 '수영 괴물' 황선우, 도쿄 경험 쌓고 파리 희망 키웠다

김지섭 2022. 6. 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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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가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부다페스트=AP 뉴시스

‘수영 괴물’ 황선우(19)가 ‘마린 보이’ 박태환(33)을 넘어 한국 수영의 새 역사를 썼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만 해도 레이스 운영 요령이 부족해 막판에 아쉬움을 삼켰지만 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은빛 물살’을 갈랐다. 올림픽 다음으로 규모가 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롱코스(50m)에서 한국 경영 선수가 메달을 따낸 건 2011년 박태환 이후 11년 만이다.

황선우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47로 터치패드를 찍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자신이 세웠던 한국 신기록(1분44초62)을 0.15초 앞당겼지만 금메달은 황선우보다 한 살 어린 루마니아의 ‘신성’ 다비드 포포비치(1분43초21)에게 돌아갔다.


2007 박태환 동메달→2022 황선우 은메달...아시아 수영에도 쾌거

황선우가 200m 결선에서 역영을 펼치고 있다.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1위는 아쉽게 놓쳤지만 황선우는 한국 수영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롱코스 세계수영선수권 경영 종목 메달은 박태환 이후 황선우가 두 번째다. 자유형 200m 종목으로만 한정하면 황선우의 은메달은 박태환을 넘어선 역대 최고 성적이다. 박태환은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동메달,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을 획득했다.

자유형 200m는 아시아 수영에도 쾌거다. 폭발력과 스피드를 요구하는 단거리 종목은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서구 선수들이 유독 강했다. 올림픽 규격의 길이 롱코스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그간 시상대에 오른 선수는 박태환, 쑨양(중국ㆍ금메달 2, 은메달1), 마쓰모토 가쓰이(일본ㆍ은메달 1) 세 명뿐이었다. 박태환도 단거리보다는 주 종목 400m 등 중장거리형 선수였다. 비록 22일 열린 100m에선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황선우는 단거리에 특화된 선수다. 서구 선수들처럼 힘을 앞세우는 수영은 아니지만 탁월한 감각을 앞세워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 황선우는 “개인전으로 처음 뛰는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오버페이스 교훈 삼아 후반 스퍼트 전략

레이스를 마친 뒤 기록을 확인 중인 황선우.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생애 첫 출전한 도쿄올림픽 때 황선우는 예선을 1분44초62로 전체 1위를 차지했지만 준결선 1분45초53, 결선 1분45초26으로 기록이 예선보다 안 좋았다. 정상급 선수들은 보통 예선에서 체력을 안배하고 점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큰 경기 경험이 없었던 황선우는 처음부터 온 힘을 쏟는 ‘오버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할 때 힘을 못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황선우의 기록은 예선 1분45초79, 준결선 1분45초, 결선 1분44초47로 점점 빨라졌다. 결선에서도 100m까진 4위로 달리며 경쟁자들을 살피다가 150m 구간에서 3위로 올라섰고, 마지막 50m 구간에서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톰 딘(영국)을 제치고 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에서는 오버페이스로 후반에 많이 떨어졌었다”면서 “이번에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후반에 스퍼트를 올리는 전략으로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루마니아 신성 포포비치 파리올림픽 강력한 경쟁자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 2위 황선우(왼쪽부터), 1위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 3위 톰 딘(영국).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황선우는 이번 은메달로 2024 파리올림픽 메달 전망도 밝혔다. 다만 금메달을 목에 걸려면 강력한 경쟁자 포포비치를 넘어야 한다. 18세의 ‘수영 천재’ 포포비치는 도쿄올림픽에서도 황선우보다 한발 앞서갔다. 당시 결승에서 1분44초68로 4위를 차지했는데 불과 3위와는 0.02초 차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 결선에서는 1분43초대에 터치패드를 찍는 압도적인 레이스로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했다.

황선우도 포포비치의 역영에 자극을 받고 다음 목표를 1분43초대 진입으로 설정했다. 황선우는 “포포비치가 비슷한 나이라서 라이벌 구도로 많이 언급되는데, 이번 자유형 200m에서 포포비치가 1분43초대라는 대단한 기록을 냈다”며 “나도 열심히 훈련해서 1분43초대로 들어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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