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에 황선우의 시대가 열렸다[세계수영선수권]

윤은용 기자 2022. 6. 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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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가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댓스포츠 제공


한국 남자 수영의 역사는 박태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올림픽 첫 도전에 나선 이후 한국 수영은 올림픽 메달에 쉼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그리고 2008년 박태환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정점을 찍었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땄던 2008년의 어느날, 6살 난 한 꼬마 아이가 부모님을 따라 수영장을 찾았다. 동호인 수영을 즐길 정도로 수영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수영을 접한 이 꼬마는 이후 무섭게 성장해 박태환 이후 맥이 끊긴 한국 수영의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을 다시 꾸게 하고 있다. 지금은 만 19세 건장한 청년이 된 이 꼬마의 이름은 황선우(19·강원도청)다.

황선우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47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자신이 지난해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세운 한국기록(1분44초62)을 1년이 채 안 돼 0.15초나 단축했다. 비록 금메달을 차지한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1분43초21)와 격차가 꽤 컸지만, 도쿄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톰 딘(영국·1분44초98)을 가뿐하게 눌렀다.

이로써 황선우는 롱코스(50m)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종목에서 한국 선수로는 박태환 이후 두 번째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이 종목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박태환은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후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에서 다시 금메달을 추가했다. 황선우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 이후 11년 만의 경영 종목 메달이자 15년 만의 자유형 200m 메달을 획득하는 역사를 남겼다.

천재 소리를 듣던 선수는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도 중학교 때까지는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몸에 익힌 ‘로핑 영법(Loping stroke)’이 황선우의 운명을 바꿔놨다. 한쪽 스트로크에 힘을 더 실어주는 엇박자 영법인 로핑 영법은 마이클 펠프스, 케이티 러데키 같은 미국 수영의 전설들이 쓰던 영법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근육량이 늘고 힘이 조금씩 붙기 시작하면서 무섭게 기록 단축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체고 1학년 시절인 2019년 8월 출전한 대통령배 전국수영대회에서 1분51초86이었던 기록이 2개월 뒤 열린 전국체전에서는 1분47초69로 무려 4초 이상 단축됐다. 이어 다시 1년이 지난 2020년 10월 김천 전국수영대회에서 1분46초31로 기록을 또 줄였고, 한 달 후 열린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1분45초92의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세우는 대형사고를 쳤다. 황선우는 6개월 뒤인 2021년 5월 이 기록을 1분44초96으로 다시 줄여놨고, 2개월 후 도쿄올림픽에서 1분44초62로 또 소폭 당겨 한국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열린 이번 대회에서 그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3년간 기록을 무려 7초 이상 단축시키는 경이적인 페이스를 보였다.

언뜻 보면 황선우는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이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물 속에서는 누구보다 빠르지만 물 밖에서는 달리기도 느리며 체력 또한 부족하다. 일반인의 두 배 정도인 7000㏄의 폐활량을 자랑하는 박태환과는 달리, 황선우의 폐활량은 일반인 수준이다. 하지만 황선우는 남들보다 환히 빛나는 ‘노력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 진천선수촌에 있을 때 황선우는 연습벌레로 통했다. 하루에 5시간30분 정도를 수영했는데 그 거리가 작게는 1만m, 많게는 1만4000m에 달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야간에 웨이트트레이닝을 2시간 정도 소화하기까지 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성장기여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 양을 대폭 늘려 몸에 힘을 붙였다.

박태환은 변방이나 다름없던 한국 수영을 세계에 알렸다. 박태환 이후 다시 변방으로 사라져가던 한국 수영을 황선우가 등장해 다시 일으켜세우려 하고 있다. 이제 황선우의 시대가 열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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