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탈시설 조례' 통과.."모든 사람은 지역사회에 살 수 있어야"
강은 기자 2022. 6. 21. 16:26
장애인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내용의 서울시 조례가 제정됐다. ‘탈시설’은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이번 조례안 통과로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탈시설 조례’가 만들어졌다.
서울시의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서울시장이 5년마다 탈시설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 지원주택과 자립생활주택, 활동지원 서비스 추가 지원, 소득보장을 위한 공공일자리 제공 등 탈시설 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같은 사업을 서울시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도 담겼다.
조례에 담긴 내용은 대부분 서울시에서 이미 추진 중인 사업들이다. 해당 조례는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진행 중인 사업을 안정화한다는 의미가 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이번 조례 제정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 단체들은 최근 서을시의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며 탈시설 조례 제정을 촉구해왔다. 지난달 30일부터 농성장을 지켜온 중증 지체장애인 추경진씨(54)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발 뗐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탈시설 조례가 제정되는 흐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15년 간 충북 음성의 한 장애인시설에 살다가 2016년 시설 밖으로 나왔다는 추씨는 “시설에 있을 때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시설에 사는 사람 절반 이상은 1년에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반면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등 일부 단체는 탈시설 조례 제정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김현아 부모회 회장은 “언제부터인가 자립이 지상 최대의 목적인 것처럼 얘기되지만, 보호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거주 시설이 필요하다”면서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탈시설로 가면서 시설에 살고자 하는 사람의 선택권이 박탈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탈시설 조례는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탈시설 조례가 제정된다고 해서 시설을 폐쇄하거나 강제적으로 탈시설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서울시는 이미 탈시설 지원정책을 10년 전부터 시행해왔는데 이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목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례를 제정한 서윤기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에게 주거, 활동 지원서비스 등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주지 못한 역사가 깊다”면서 “탈시설 정책으로 인해 돌봄 부담이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일부 보호자들의 불안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어디서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제대로 인프라를 갖추는 게 궁극적으로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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