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번호 착신하고 대금 가로챘다.. 경찰도 속은 신종 피싱

김준호 기자 2022. 6. 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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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고. /조선DB

식품회사 대표 전화를 착신 전환해 중간에서 물품 대금을 가로챈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에 있는 식품업체 A 사는 지난 9일 대기업 식품회사 삼양사 직원이 알려준 계좌로 식용유 대금 3000만원을 선입금 했다. 하지만 전날 통화를 한 이 직원은 다음날 전화를 받지 않았고, 콜센터 역시 계속 통화 중이었다.

A사 측은 물품 사기를 의심해 경찰을 찾았고, 내용을 전해 들은 경찰관이 직접 삼양사 대표전화로 연락했다. 삼양사 직원이라고 하는 인물은 경찰에게 “정상적인 거래이고 식용유도 곧 보낼 것이다”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경찰은 A사 직원에게 조금 더 기다려 볼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날짜가 지나도 A사가 선입금한 식용유는 도착하지 않았고, 연락은 아예 두절됐다.

경찰은 A사가 일명 ‘전화 가로채기’ 수법의 보이스 피싱 사기에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화 가로채기 수법은 정상적으로 전화해도 보이스피싱 조직 쪽으로 연결되도록 해 돈을 빼앗는 신종 사기다. 삼양사 대표번호로 전화한 경찰관 역시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통화했던 셈이다.

경찰은 앞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통신회사를 가장해 삼양사에 접근한 뒤 회선 문제를 이유로 삼양사 대표 전화를 착신 전환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삼양사로 걸려오는 전화는 보이스피싱 조직 쪽으로 착신 전환됐고, 이들은 마치 삼양사 직원인 것처럼 속이는 방식으로 사기를 벌였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삼양사 직원이라고 속인 인물은 A사 측에 ‘식용유 할당량이 남았다’ ‘식용유를 공급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 마치 대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까지는 이번 사건 외 또 다른 추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양사 측은 “최근 식품 도매상을 대상으로 삼양사 직원을 사칭해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다수 접수돼 주의를 당부한다”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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