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반도체 동맹'으로 수도권 집중 막아야"..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 인터뷰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을 넘어 지방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영호남 반도체 동맹’이 필요합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58)은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남·호남지역 8개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에게 ‘영호남 반도체 동맹’ 결성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지방에서 육성해 수도권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 당선인은 출범 50일이 지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민생경제가 위기상황인데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정치보복을 대놓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2019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1년 8개월 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했다.
30대에 광주 북구갑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3선 의원을 지낸 그는 ‘50대 광주시장’ 시대를 열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을 시민들이 직접 뽑는 민선 시대 개막 이후 50대가 광주시장에 당선된 것은 민선 1기 송언종 시장(당시 58세) 이후 강 당선인이 두 번째다.
그는 광주시장 출마에 앞서 지난해 두 달 동안 시민 1264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광주의 미래를 그렸다고 한다. 강 당선인 사무실에는 ‘광주광역시 도시계획 및 2030도시기본계획’을 담은 사람 키만 한 지도가 놓여 있었다. 지도 한 가운데는 하늘색으로 표시된 영산강 물줄기가 선명했다.
강 당선인은 “광주 시민이나 광주를 찾은 사람들은 ‘영산강을 보면서 차를 마셔본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진작 영산강이 도시의 중심이 됐는데도 그동안 활용방안이 없었다. 광주를 ‘삶을 혁명하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민선 8기 광주는 어떤 도시를 꿈꿉니까.
“광주가 그동안 5·18민주화운동 등으로 역사를 혁명해왔던 도시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만, 이제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삶을 혁명하고 삶이 행복해지는 광주’로 가야 합니다. 시민들이 도시에 정을 붙이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을 혁명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삶이 행복해지려면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일상의 민주주의’를 꽃피워 시민들이 평등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것은 ‘혁명’ 입니다. 산업을 키워서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가 있는 활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고,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가사와 농민·참여 수당도 제도화 하겠습니다.”
-복합쇼핑몰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삶의 혁명’과 연관이 있습니까.
“복합쇼핑몰이 광주에 있고 없고는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 우리 생각에 혁명이 있지 않고서는 힘듭니다. 시민들은 복합쇼핑몰을 바라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복합쇼핑몰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쇼핑몰 유치를 누가 공약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이미 국정과제로 채택한 만큼 이 사업은 ‘국가주도형 복합쇼핑몰’이 됐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고 민간자본의 투자, 행정의 신속한 인허가를 통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소상인들과 출동하지 않는 방식도 모색해야 합니다.”
-‘영산강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께서 지난주 광주에 오셨는데 ‘광주에서 물길 옆에서 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강이 있는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강가에서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합니다. 그런데 광주는 없습니다. 지도를 보면 그동안 광주천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도시가 확장하면서 이제는 광주 한복판으로 영산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영산강을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이신지요.
“그동안 영산강에 대한 활용 방안이 없었습니다. 영산강을 중심으로 신나는 공간들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영산강에서 여러 가지 스포츠 등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셰프들의 거리’ 등도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최근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제안하셨는데요.
“국가균형발전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여야의 문제도 아닙니다. 지방 생존의 문제입니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인재 확보를 요구했는데 지방도 살리고 인재도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영호남 지역의 동맹이 필요합니다. 영호남이 함께 대전 이남 지역에 첨단 산업과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산업과 교육을 통한 균형발전’을 강조하는데요.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서면 기업들은 인재를 수도권에서 구하게 됩니다. 대기업들은 수도권 대학에 ‘계약학과’를 만들고 있고 이로 인해 지방대의 위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결국 청년이 떠나고 지역은 소멸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산업과 교육을 함께 육성해야 합니다.”
-‘반도체 동맹’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입니까.
“광주를 포함 호남권 3개 광역단체와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 5개 광역단체는 그동안 다양한 협력 사업을 해 왔습니다. 이들 단체장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동맹을 제안하겠습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께서는 반도체 동맹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습니다.”
-‘균형발전’에는 정부 의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돼 있습니다. 이를 권한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행정기구로 만들어 균형발전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광주시 역시 균형발전 업무를 추진하는 부서를 확대 개편하겠습니다.”
-광주는 대구와 ‘달빛동맹’ 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민선 8기는 어떨까요.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는 함께 국회 의정활동을 했고 정무수석 때도 교류했습니다. 홍 당선인은 ‘솔직한 정치’를 하십니다. 저하고 스타일이 비슷합니다. 대구와 공동으로 아시안게임도 유치해야 하고 ‘달빛내륙철도’도 추진해야 합니다. 홍 당선인과 화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남도와의 상생은 어떻습니까.
“광주와 전남을 상생하려면 이익을 공유하는 ‘이익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전남도민들은 대도시인 광주에서 결혼 등 인생의 가장 기쁜 날을 보냅니다. 그런 상황에서 광주시민들은 전남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생산과 소비를 통해 이익이 공유되면 현안이나 상생은 해결될 것입니다.”
-민주당 소속이신데, 민주당이 위기입니다.
“민주당의 문제는 태도에 있습니다. 선거에서 졌으면 빨리 승복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했습니다. 당내 민주주의도 부족하고 규율도 없는 것 같습니다. 반성과 혁신이 아닌 오히려 당 지도부가 갈등을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의 무거운 질책을 명심하고 민주당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40일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민생경제가 위기상황인데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대놓고 정치보복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월북 공작’으로 규정해 신색깔론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광주·전남 출신 장관이 1명도 없고 검사 중심의 ‘몰염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민 반응이라고 봅니다.”
-새 정부와 광주시의 관계는 어떨까요.
“여당인 국민의힘의 협조와 협치는 중요합니다. 오는 24일 국민의힘 광주시당과 예산협의회를 준비하고 있고 함께 경쟁했던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와도 만나 머리를 맞대겠습니다. 국민의힘과는 앞으로 정례적으로 만나 초당적 협력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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