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스리랑카, IMF와 30억달러 구제금융 두고 협상 재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스리랑카가 국제통화기금(IMF) 대표단과 경제 회생을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21일(현지 시각) 이코노미넥스트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9명으로 구성된 IMF 대표단은 전날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위해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와 만났다.

스리랑카는 경제 위기가 심화하던 지난 4월 하순 알리 사브리 당시 재무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미국으로 보내 IMF와 협상을 벌였다. 이번에는 스리랑카의 콜롬보에서 재무 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이번달 말까지 직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붕괴하고 중국의 자금으로 진행한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으로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결국 지난 4월 12일 IMF와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달 18일부터는 기한 내에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스리랑카는 이번 협상에서 30억달러(약 3조87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는 현재 외화 부족으로 연료·의약품·식품 등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고, 순환 단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전날부터 2주간 관공서와 학교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정치 혼란도 뒤따르고 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 등 라자팍사 가문이 좌우했던 스리랑카는 지난 4~5월 고타바야 대통령을 제외한 라자팍사 가문 출신 내각 구성원들이 사퇴했다.

전날에도 대학생 수천명이 콜롬보 시내를 행진하며 정권 퇴진 요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일부는 대통령 집무실과 인접한 재무부 입구를 막아 경찰이 무력 진압했다.

스리랑카 내각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전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의회로 이양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도 승인했다. 이 안은 의회를 통과하면 효력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