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상승세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 통화정책"

"국제유가 등 해외충격 장기화 우려"
"인플레 기대심리 제어 안될 시 고물가 고착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물가 상승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모두발언에서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유가 급등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치솟고 있는 만큼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에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날 지난달 5%대에 이른 물가상승률을 언급하면서 "물가오름세가 이처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국제유가 급등, 곡물 등 국제식량가격 상승 등이 주요 요인이다.

그는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외식물가나 임금 상승으로 전이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한층 커진 점도 물가오름세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향후 물가흐름과 관련해 저희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국제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하방경직적이고 지속성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이가 물가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이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상승했다. 시장기대를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BEI)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하방 압력도 언급됐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는 지난주 미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 소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자 부담으로 어려워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정책공조를 통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은은 최근의 엄중한 물가 상황에 대하여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당행의 설립목적인 물가안정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