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배운 예술, 예술로 배운 과학 '효과도 예술'이네

이성희 기자 2022. 6. 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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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 용산 서울예술교육센터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인기
서울 양천구에 있는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초등학생들이 재활용 재료로 자신을 표현하는 상설프로그램 ‘모두의 예술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초등학교 5학년 과학수업에 연극강사와 미술강사가 함께 등장했다. 수업 주제는 버섯 균류. 담당교사가 먼저 버섯이 무엇인지와 생태 특성 및 형태, 분류, 발생 장소 등을 설명하자 연극강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연극강사는 “이제부터 여러분은 생태보건연구소 박사님들”이라며 “동네에 불이 나 산이 온통 불탔다. 포자가 번식해있던 나무도 잿더미가 됐는데, 버섯들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라고 물었다. 교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연구실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자연복원이 최고예요” “버섯을 일일이 심어줘요” 등 역할놀이에 몰입해 각자가 생각하는 대책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미술강사가 나섰다. 미술강사는 “박사님들, 생태 복원을 위해 버섯 포자를 가지고 퍼뜨리러 가야 합니다”라면서 노루궁뎅이버섯과 동충하초버섯 등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글자로만 알려준 뒤 “상상의 버섯을 만들라”며 각종 미술 재료들을 쏟아놨다. 아이들이 저마다 만든 버섯은 교실 한쪽에 미리 만들어둔 상상의 산에 하나하나 붙여졌다.

서울예술교육센터, 현재까지 5만7225명 참여

통합예술교육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극·미술·음악·무용 역량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태와 환경 등 여러가지 주제에 예술을 접목하는 셈이다. 학생들은 암기식 위주 수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의 깊이와 너비를 확장시켜나간다. 복합문화공간인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이와 같은 다양한 교육이 펼쳐지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서울예술교육센터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용산구와 양천구에 운영 중인 2곳에 이어 강북구·서초구·은평구 등 3곳에도 조성해 권역별로 운영할 방침이다. 한지연 서울문화재단 전문위원(교육공학 박사)은 서울예술교육센터를 “예술이 매개가 돼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교육하고 예술이 갖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라며 “전인적인 시민 양성에도 예술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의 교육은 TA(Teaching Artist)라 불리는 재단 내 교육예술가들이 맡는다.

서울시, 성인으로 대상 확대…내년엔 강북·서초·은평에도

양천구에 자리잡은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국내 최초의 어린이·청소년 예술교육 공간이다. 이 일대 수돗물을 공급하던 김포가압장을 탈바꿈해 2016년 10월 개장한 이후 150개 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현재까지 5만여명이 이 곳을 찾았다.

이곳에서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예술놀이 랩(LAB)’이다. 예술가와 놀이 방식으로 진행하는 체험형 방식으로, 올해는 기체와 공기를 예술가와 함께 감각으로 느껴보고 창의적으로 상상해보는 기후예술 관련 내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28개 학교 71개 학급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하반기에는 일반 시민 대상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7월에는 주어진 재료와 미션에 따라 이미지와 소리를 만드는 ‘모여라 메아리 달려라 슈퍼문!’,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사는 미시적 세계를 표현하는 ‘소리정원’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열린 창작워크숍 ‘티타임드로잉 : 창작의 태도’에서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조형물에 색을 칠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용산에 있는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아츠포틴즈(art for teens)’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아츠포틴즈는 미디어와 도구를 이용하는 예술가의 창작과정에 10대 청소년들이 공동창작자로 직접 참여하는 형태다. 자기표현을 예술적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7월에는 자신의 감정과 기록을 즉흥 드로잉으로 옮겨보는 ‘에브리데이 도파민 라이프’와 상호 인터뷰 작업으로 다른 캐릭터를 입체화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내가 보는 이 사람의 캐릭터’ 등 창작워크숍이 열린다.

올해 하반기(7~11월)에는 상시 예술교육 프로그램인 ‘서울예술학교, 오늘’이 각 예술교육센터에서 시작한다. 그간 아동·청소년 중심으로 운영하던 센터의 이용자층을 성인으로 넓힌 것이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동북권과 동남권, 서북권에도 각각 서울예술교육센터를 1곳씩 조성할 계획이다. 강북구 미아동에는 연극을 특화해 내년 7월, 서초구 반포동에는 음악을 특화해 내년 10월 개관한다. 은평구 수색동의 경우 내년 하반기 무용 중심 예술교육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창작과 교육, 향유 중심의 선순환 예술생태계를 조성해 각 예술교육센터를 국내 대표 예술교육 거점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며 “서울 곳곳에 자리한 권역별 예술교육센터에서 더 많은 시민이 예술을 누리고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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