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무부 장관 입만 바라보는 검찰 인사

김종용 기자 2022. 6. 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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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장을 바라보는 검찰 안팎의 시선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대규모 정기 인사를 단행하려고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기습적으로 인사를 발표하고 내놓은 해명과 다를 게 없다.

검찰총장은 정권의 부당한 외압에서 조직의 바람막이가 돼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합이 맞는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게 되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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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사회부 법조팀 기자.

‘식물 총장, 허수아비 총장, 바지 총장…’

차기 총장을 바라보는 검찰 안팎의 시선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대규모 정기 인사를 단행하려고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청법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한 장관은 검찰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려고 한다. 검찰총장 직무를 대리하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의 의견을 듣는다지만 한 장관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의 입맛대로 자기 사람을 주요 보직에 속속 배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은 자신과 손발을 맞출 참모진도 본인 뜻대로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도 대검 간부까지 총장 없이 임명하는 건 전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총장은 지휘권과 인사권으로 검찰을 이끄는데, 주요 인사를 법무부에서 독점하면서 반쪽짜리 ‘허수아비’ 총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장관은 전날 검찰총장 패싱 논란에 “그때(검찰총장) 임명 때까지 기다려서 불안정한 상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국민적으로 이익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기습적으로 인사를 발표하고 내놓은 해명과 다를 게 없다. 당시 법무부는 “‘조직 안정’ 차원에서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며 총장 패싱 논란을 일축했다.

법무부 장관의 측근들이 검찰 요직에 배치되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 사실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은 정권의 부당한 외압에서 조직의 바람막이가 돼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합이 맞는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게 되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한 장관의 뜻에 따라 검찰이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장관은 취임 전부터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처럼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을 패싱한 채 인사를 강행하는 상황은 한 장관이 사실상 수사 지휘나 다름없는 방향 설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흰 셔츠에 남은 얼룩은 완벽하게 지울 수 없다. 정의와 공정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오점을 남겨선 안 된다. 한 장관은 정권으로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검찰총장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도록 정한 검찰청법의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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