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전현희·한상혁 사퇴는 法 이전의 상식

기자 2022. 6.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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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주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두 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막았다.

그동안 권익위원장이나 방통위원장 사퇴가 문제가 안 된 것도 그래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임기가 1년6개월 남은 상태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자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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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주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두 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막았다. 이어 지난 1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기자와의 출근길 문답에서 “두 사람이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냐”는 질문에 “임기가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나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법률에 정해진 공직자의 임기를 두고 거친 말이 오가”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함으로써 임기 중에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위원장도 최근 “관련 법률에 임기제와 합의제가 명시돼 있다”며 임기를 채울 뜻을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에 대한 노골적인 사퇴 압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은 임기가 3년이다. 전·한 위원장은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다. 법률에 규정된 임기를 채우겠다고 하면 억지로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 정부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들은 사퇴했어야 마땅하다.

첫째, 두 위원장 자리는 장관급 정무직이다. 새 정부가 국정 철학과 비전을 실행할 수 있게 깨끗이 비워줘야 할 자리다. 그동안 권익위원장이나 방통위원장 사퇴가 문제가 안 된 것도 그래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임기가 1년6개월 남은 상태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자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박은정 권익위원장을 임명했다. 방통위원장 역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바뀌었다.

둘째,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은 공정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법률로 임기를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두 위원장이 임기를 보장할 만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했는지는 의문이 크다. 전 위원장은 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 직능특보단장’이었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당시 ‘고인의 명예’를 운위해 비판받은 적도 있다. 한 위원장 또한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출신으로 임명 당시부터 공정성 우려가 컸다. 재임 중에는 친여 방송의 편파 보도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 누가 봐도 지난 정권 사람들인 이들이 정권이 바뀌자 위원회 독립성과 임기 보장 등을 내세워 국무회의 불참 통보에 항의하며 임기 완수를 외치는 건, 트로이 목마 역을 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셋째, 이름뿐인 위원장 때문에 해당 위원회들이 ‘식물기구’가 되는 것도 불행이다. 문 정권과 국정 철학이 딴판인 윤 정권에서 왕따가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과연 기관장으로서 소임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까. 기관장으로 영을 세우고 지휘·감독하는 일이 가능할까. 위원장과 정권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두 위원회 직원들은 결국 위원장을 버리고 정권을 택할 것이다. 직원들 힘들게 하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

두 위원장이 그만둘 이유는 많지만, 솔직히 그만두지 않을 이유는 상식적 수준에서는 찾기 어렵다. 법과 임기 타령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 새 정부를 위해 슬레이트를 비워주는 것이 옳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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