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의 현장에서] '주주환원' 하려면 제대로, 순리대로

2022. 6. 21. 11: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상징되는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는 소득, 투자의 측면뿐 아니라 주주로서의 권리에도 눈 뜨게 했다.

그 결과가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 확산이다.

이를 기업은 성장을 위한 투자와 주주가치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묘수라고 주장한다.

배당이 주주의 권리로서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가 아니라 그때 그때의 사정에 따라 기업이 베푼 시혜가 되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상징되는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는 소득, 투자의 측면뿐 아니라 주주로서의 권리에도 눈 뜨게 했다. 그 결과가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 확산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수익이 늘어나 주가가 올라가길 바라던 단순 투자자에서 주식회사의 ‘진짜 주인’이 되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상장사들은 얼마나 그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조2000억원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100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수치만 보면 엄청나게 증가한 것 같다. 하지만 미국 애플 혼자서 1분기 자사주 매입에 쓴 돈만 230억달러, 우리 돈으로 30조원에 달한다. 한국과 미국 증시의 덩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아직 자사주 매입 규모를 갖고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색을 내긴 민망한 수준이다. 굳이 표현하면 ‘이제 막 적극 노력하는’ 상태다. 자사주 매입 열풍에 가려진 또 다른 문제는 주주환원의 근본이자 기본인 배당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배당성향은 26.7%로, 미국(41.0%), 영국(56.4%) 등 투자선진국은 물론 중국(28.4%)보다 낮다. 배당은 기업이 벌어 남긴 돈의 일정 부분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이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니 기업으로서는 신경 쓸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자사주 매입은 단행하면 티가 나지만 안 해도 주가에 당장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다. 하지만 배당이 약화되면 곧바로 주가에 악재로 반영된다. 기업이 배당에 소극적인 이유다.

반면 투자자에게 배당이란 약속은 예측가능성이 크고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가져다준다. 당연히 일회성 성격이 짙은 자사주 매입보다 훨씬 좋다. 주주환원이 기업이 아닌 주주의 관점에서 주주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기업들이 기본적인 배당 성향부터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고, 자사주 매입이라는 추가 수단을 쓰는 것이 순리다. 배당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주주가치 증대를 이유로 배당을 늘리겠다고 해놓고 그 재원을 순이익이 아닌 잉여현금흐름(FCF)을 제시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전 세계 공통의 배당 관련지표인 배당 성향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때문에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이란 배당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다.

이에 비해 FCF는 기업이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하고도 남는 돈이란 점에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를 기업은 성장을 위한 투자와 주주가치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묘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묘수가 꼼수가 되는 것은 한끗 차이다. 돌려 말하면 결국 기업이 쓸 돈 다 쓰고 난 뒤에도 남는 돈이 있다면 그 가운데 얼마 떼어주겠다는 것이다. 배당이 주주의 권리로서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가 아니라 그때 그때의 사정에 따라 기업이 베푼 시혜가 되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이렇게 홀대 받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kwy@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