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반도체 공장 美에 지어라".. 경제안보론에 거세지는 美 '입김'

유병훈 기자 2022. 6. 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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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핵심 소재 웨이퍼(둥근 원판)를 손에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과의 첨단 반도체 산업 경쟁을 두고 경제안보론이 거세지는 미국에서, 대만과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TSMC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글의 전 회장 에릭 슈미트와 하버드 정치학과의 엘리슨 그레이엄 교수는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반도체 의존이 안보를 위협한다’는 공동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TSMC 설립자인 모리스 창은 최근 미국 의회의 500억 달러(약 63조원) 규모 반도체 지원안을 두고 “매우 값비싼 헛수고”라고 밝혔다. 대만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공장의 운영 비용이 미국 공장 운영 비용의 절반에 불과해 미국 국내에서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어려우며, 기술 격차도 상당히 벌어져 있어 기술적으로도 TSMC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슈미트 전 회장과 그레이엄 교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단순히 시장 관점에서만 판단할 일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측면에서 살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첨단 반도체의 92%를 생산하는 대만 TSMC의 칩 제조 능력이 무력화되거나 중국의 손에 넘어가면 미국의 기술 부문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면서 “대만 해협의 분쟁은 반도체 칩을 둘러싼 국가 안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로버트 워크(Robert Work) 전 국방차관의 경고를 상기시켰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를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포함한 ‘미국 혁신 및 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제안했지만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설령 법이 통과되더라도 중국의 지출액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그 사이 중국은 이르면 오는 2025년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 회로기판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고,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전 세계 실리콘의 70%, 텅스텐의 80%, 갈륨의 97%를 생산지이기도 하다.

미국에는 인텔을 제외하면 삼성전자처럼 반도체 설계와 생산설비를 모두 보유한 기업이 거의 없다. 퀄컴·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 기업들은 칩을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들이고, 직접 생산은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Foundry) 기업에게 아웃소싱하고 있다. 설계와 제조 시설을 직접 보유하는 IDM 방식의 사업보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바일·인공지능(AI)·자율주행 자동차 등 기술이 진화하면서 제조 기술도 점차 고도화돼 미국 반도체 업계의 공정 기술은 지난 2016년경부터 삼성, TSMC에 완전히 뒤처졌다. 여기에 중국이 딥 러닝을 위한 맞춤형 반도체 생산 기술을 선취한다면 자율 운전차량이나 최첨단 백신에서 미국이 완전히 뒤쳐질 수 있다고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필자들은 ‘미국 혁신 및 경쟁법’ 외에도 세가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첫째, 비(非)첨단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 생산 시장에서 첨단반도체 비중은 2%에 불과하므로 미국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진 비첨단 반도체 분야에 투자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줘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비첨단 반도체는 느린 대신 범용성이 커 많은 분야에 쓰이고 있다.

둘째, TSMC와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는 대만·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해 이들이 미국 내에서의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TSMC와 삼성전자가 퀄컴·엔비디아 등 팹리스 기업들과 합작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나서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셋째, 연구개발과 제조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도록 미국 혁신 및 경쟁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눈에 띄는 건 두번째 대안이다. 반도체 제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경제안보 관점에서 반도체 생산기반을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이같은 주장이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를 포함한 19개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백악관의 반도체 공급대책 회의에 초청해 공급망 확대·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그는 또 지난달 방한 당시에도 가장 먼저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공장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제 안보 동맹’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5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을 포함해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 당국은 이에 10년 동안 납부한 재산세의 90%를 환급하고 이후 10년간 세금의 85%를 돌려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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