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공급 축소에 속속 석탄발전으로 눈 돌리는 유럽

이종섭 기자 2022. 6. 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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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로고.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축소 여파로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감축해 온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를 다시 늘리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확대 계획을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동안 환경 문제를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을 35%까지 축소했는데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 위기에 따라 2024년까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최대한 다시 가동하고 이를 통해 절약한 가스를 겨울용으로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로프 예턴 네덜란드 에너지장관은 이날 “러시아에서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총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며 “네덜란드와 유럽 전체가 대응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겨울에 대비해 충분한 가스를 비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석탄화력발전 확대·재가동 계획을 밝힌 상태다. 독일 정부는 전날 에너지 수요 충당을 위해 석탄 사용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하는 긴급조치를 발표하면서 가동하지 않은 채 예비전력원으로 남겨뒀던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을 대상으로 가스를 판매하는 경매 시스템을 도입해 천연가스 소비를 줄인다는 구상을 내놨다.

독일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폐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독일과 연결되는 발트해 관통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의 가스 공급량을 60% 줄인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공급 축소에 대해 독일 제멘스가 캐나다에서 수리한 가스송출설비가 대러 제재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 시설 가동이 일부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이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에 대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분열시키며 가격을 올리려는 전략이 분명하다”고 비판하면서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 생산에 가스가 덜 사용돼야 하고 대신 석탄화력발전이 더 많이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석탄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 씁슬하지만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며 석탄 사용 확대는 가스 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도 폐쇄한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2020년에 가동을 중단한 남부도시 멜라흐의 마지막 남은 석탄화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비상시 필요한 경우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가의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전체 가스 공급의 8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회원국들의 석탄화력 회귀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러운 석탄 연료로 뒷걸음지 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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