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양가 상한제' 손질..가산비에 이주비 등 반영

이민주 2022. 6. 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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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분상제 개편안 발표…분양가 상승 불가피

국토교통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민주 기자

[더팩트|이민주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한다.

주거 이전에 따른 손실 보상비 등 정비사업 추진에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가산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자재비 급등이 분양가에 적기에 반영되도록 기본형 건축비 비정기 조정 항목을 변경한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 택지 안에서 감정 가격 이하로 땅을 받아 건설하는 공동 주택의 가격을 국토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분양 가격 이하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택지비,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 등을 산정해 주변 시세의 70~80%로 분양가를 제한한다.

당초 신규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을 억제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분양이 미뤄지는 등 부작용이 나오면서 새 정부가 대폭 손질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는 그간 신축 주택의 저렴한 공급에 기여해 왔지만 정비사업 필수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적 운영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고 공급망 차질, 자재값 상승, 규제완화 기대 등으로 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있어 조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앞으로는 가산비 항목에 세입자 주거이전비, 영업 손실보상비, 명도 소송비, 기존 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 운영비를 반영토록 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땅값)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로 이뤄진다.

주거 이전비와 영업손실 보상비는 토지보상법상 법정 금액을 반영하고, 명도소송비는 소송 집행에 소요한 실제 비용을 추가 반영한다. 조합원 이주비용 조달을 위한 이주비 대출이자는 대출 계약상 비용을 반영토록 한다.

국토부는 "도심 등에서 추진되는 정비 사업은 공공택지와 달리 총회 개최, 기존 거주자 이주·명도 등 토지 확보 과정에서 부가 비용이 소요되지만 그동안은 분양가 산정 시 택지 사업과 동일한 방식이 적용돼 사업에 필요한 필수 비용이 반영되지 못하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분양가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이주 대출이자는 반영 상한을 두고, 조합 총회개최비·대의원회의 개최비·주민대표회의 개최비 등 총회 필수소요 경비는 총사업비의 0.3%를 정액으로 반영토록 한다.

국토부는 앞으로 가산비 항목에 세입자 주거이전비, 영업 손실보상비, 명도 소송비, 기존 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 운영비를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주 기자

기본형 건축비와 관련해서는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적기에 반영하도록 비정기 조정 제도를 손질한다. 현행 기본형 건축비는 정기고시(3·9월) 외에도 주요 자재가격 급등 시에 비정기 조정 제도가 있지만 제도도입 이후 조정항목 자재가 그대로 유지돼 사용 빈도가 낮은 자재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샀다.

이에 현행 레미콘, 철근, PHC 파일, 동관 등 4개 자재 항목을 레미콘, 철근, 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 등 사용빈도가 높은 5개 자재 항목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비정기 조정 요건도 '단일품목 15% 상승 시' 외에 '비중 상위 2개 자재(레미콘·철근) 상승률 합이 15% 이상인 경우' 또는 '하위 3개 자재(유리·마루·거푸집) 상승률 합이 30% 이상인 경우'에는 정기고시 3개월 내라도 조정이 가능하도록 변경한다. 종전에는 4개 자재의 가격이 3개월 만에 15% 이상 오르면 비정기적으로 건축비를 조정할 수 있었다.

국토부는 "기본형 건축비 중 비중이 높은 레미콘, 철근은 소폭 상승 시에도 비용 증가 효과가 큰 만큼 비중이 낮은 자재와 조정요건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심사절차도 손을 본다. 그간 민간택지 택지비 산정 시 감정평가 결과를 부동산원에서 비공개로 검증했으나 앞으로는 '택지비 검증위원회'를 신설해 부동산원 외에도 해당평가사와 전문가 등이 검증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심사제도도 자재비 급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분양보증 시점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이 최근 3년 기본형건축비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경우 분양가를 일부 가산하는 '자재비 가산제도'를 신규 도입한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개선과 관련해 공동주택 분양가 규칙(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등에 즉시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개선 사항은 개정 규칙 시행 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적용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택지비 검증위원회는 부동산원 내부 개정을 6월 내 완료하고, 제도 개선 이후 신규로 적정성 검토를 신청하는 건부터 적용한다. HUG 고분양가심사제도는 시행세칙 개정을 6월 내 완료할 예정이다. 개정 세칙 시행 이전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적용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주택공급에 투입되는 필수 비용이 분양가에 보다 적정하게 반영되고, 분양과 관련한 절차도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은 이번 제도개선 영향으로 정비사업장 분양가가 약 1.5~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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