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올레’(큰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다. 제주도에서 걷기 여행이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주올레 7코스 시작점에 있는 외돌개 / 김지환 기자
제주올레 길은 총 27개 코스로 구성돼 있고, 전체 길이는 437㎞에 달한다. 하루에 한 코스 전체를 걷는 방식도 있지만, 풍광이 아름다운 일부 구간만 걷는 방식도 있다. 특히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거나 가볍게 걷기를 선호하는 나 홀로 여행객이라면 후자를 선택하는 게 좋다. 올레길 7코스 시작점에 있는 외돌개 주변 산책로, 올레길 5코스에 있는 남원 큰엉은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들이다.
외돌개(올레길 7코스)
바다에서 20m 높이로 솟아난 형상의 돌기둥인 외돌개는 최고의 올레길로 꼽히는 7코스의 시작점이다. 바다 위에 홀로 우뚝 서 있어 외돌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원나라와 싸울 때 이 바위를 장군처럼 꾸며놓아 적군을 자멸하게 했다는 설화 때문에 ‘장군석’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은 외돌개를 중심으로 해안 침식 절벽과 동굴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 중 하나다.
외돌개는 화산이 폭발할 때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의 암석이 파도에 의해 침식되고 이렇게 강한 암석만 남아 있는 굴뚝 형태의 돌기둥을 과학 용어로는 시스택(sea stack)이라 한다. 외돌개 꼭대기에는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어 한폭의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외돌개 주차장은 무료 주차구역과 유료 주차구역으로 나뉜다. 무료 주차구역에 빈자리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유료(시간에 관계없이 하루 2000원) 주차구역에 차를 대야 한다. 주차장에서 표지판을 따라가면 곧장 외돌개 조망구역이 나온다. 관광객들이 가장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다.
외돌개 좌우로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서쪽으로 이어진 길로 걸어가면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라는 안내 문구가 적힌 곳이 나온다. 배우 이영애씨의 등신대에 얼굴 부분만 구멍이 뚫린 ‘포토존’이 있다. 한 여성 관광객이 선글라스를 낀 채 사진을 찍자 함께 온 관광객이 “장금이는 선글라스 안 끼는데”라며 농담을 던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포토존이 있는 넓은 공원에서 휴식을 취한 뒤 산책로를 따라 더 걸어 들어가니 ‘사유지 출입금지’라는 안내 문구가 보였다.
제주올레 5코스 남원 큰엉 산책로에 있는 한반도 지도 형상 / 김지환 기자
발걸음을 돌려 외돌개 조망구역으로 돌아온 뒤 동쪽으로 가니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바다로 향해 돌출한 기암괴석인 동너븐덕(남주해금강), 황우지 선녀탕 등을 볼 수 있었다. 황우지 선녀탕으로 내려가려면 85개의 계단을 지나야 한다. 85개의 계단을 다시 걸어 올라와야 한다는 의미다. 아주 버거운 수준은 아니다.
남원 큰엉(올레길 5코스)
올레길 5코스에 포함된 남원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고 해 붙여진 명칭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에는 해안절벽을 따라 펼쳐진 2㎞의 산책길이 있다. 강태공을 위한 낚시터, 조용한 휴식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기암절벽과 자연 숲터널을 번갈아 바라보며 걷기에 더없이 좋다. 인디언 추장 얼굴과 호랑이 머리를 닮은 바위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인디언 추장 얼굴 안내판에는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 얼굴 바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대목이 적혀 있다.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있는 ‘러시모어산’은 사람이 조각했지만, 인디언 추장 얼굴은 자연이 빚어낸 작품이다.
숲터널 끝 나무들이 자연적으로 만들어낸 한반도 지도의 모습은 관광객들이 꼭 사진을 찍고 가는 명소가 됐다. 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이곳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 찍을 순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산책로는 아열대 북방한계선이어서 망개나무, 먼나무, 팔손이나무, 참식나무, 보리수나무, 동백 등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만약 하루에 한 코스 전체를 혼자 걷는 방법을 택한다면 어떤 코스가 좋을까.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홈페이지 Q&A 코너에서 5·6코스를 추천한다. 제주올레는 “다른 코스와 비교해 길지 않은 거리로 오소록한 바닷가와 숲길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