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밴드와 공연하는' 브로콜리너마저 "생태계에선 허리가 튼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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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결성된 인디계 상징적 밴드인 '브로콜리너마저'(덕원·잔디·류지)가 후배 인디 밴드들과 함께 여름 장기공연 브랜드 '이른열대야'로 전국을 돈다.
브로콜리너마저는 2020년과 작년 방역 등으로 코로나19 시대의 모범공연으로 평가된 '이른열대야'를 치뤄낸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중음악 공연과 인디밴드가 나아가야 할 길을 '끈기 있는 함께함'으로 모색해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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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5개 도시서 10팀 게스트와 '이른열대야 2022-전국! 인디~자랑'
부산·세종·전주·대구·서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브로콜리 너마저'는 중학교 때부터 좋아해온 밴드예요. 이렇게 함께 공연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죠. 처음 소셜 미디어 DM으로 연락을 왔을 때 믿지 못했어요. 멤버들이랑 '진짜인가?'라고 반응했거든요."('문없는집' 보컬·기타 손효진)
"자체적으로 공연을 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아요. 저희가 직접 기획을 할 여력도 없고요.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저희에겐 감사하죠."(문없는집 기타 김민식)
2005년 결성된 인디계 상징적 밴드인 '브로콜리너마저'(덕원·잔디·류지)가 후배 인디 밴드들과 함께 여름 장기공연 브랜드 '이른열대야'로 전국을 돈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이른열대야'는 쉽게 잠들 수 없는 여름밤의 감성을 담아낸 무대다. 2011년 시작해 지금까지 8번의 시리즈, 108회의 단독공연을 진행했다.
올핸 5개의 도시에서 10팀의 게스트와 함께 '이른열대야 2022-전국! 인디~자랑'으로 찾아온다. 특히 지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전국의 인디밴드와 함께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검은잎들·해서웨이(7월 8~9일 KT&G 상상마당 부산), 두명인간·더 어쿠스틱(7월 15~16일 세종음악창작소 누리락), 슬로우진(7월23일 전주소리문화의전당), 이글루·보수동쿨러(부산 기반이지만 대구 출신 멤버가 포함돼 있음)(7월 29~30일 라이브홀 락왕), 문없는집·로우행잉프루츠·제비뽑기(8월 5~7일 서울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다.
브로콜리너마저는 2020년과 작년 방역 등으로 코로나19 시대의 모범공연으로 평가된 '이른열대야'를 치뤄낸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중음악 공연과 인디밴드가 나아가야 할 길을 '끈기 있는 함께함'으로 모색해보겠다는 각오다. 작년 '이른열대야 the 페스티벌'을 통해 컬래버레이션 EP '이른열대야'를 발매하기도 했다.
최근 망원동에서 만난 브로콜리너마저 리더 덕원(보컬·기타)은 "작년 '이른열대야'는 코로나19로 공연 자체는 쉽지 않았지만 다른 뮤지션들을 모셔다 편곡·연주를 하면서 내용도 다채로웠고, 상당히 재밌는 경험이었요. 올해는 다른 뮤지션과 좀 더 다르걸 해보자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국 투어'와 '다양한 밴드를 만나는 것', 이 두 가지를 중심에 놓고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다음은 최근 망원동에서 브로콜리너마저 그리고 서울 공연에 함께 하는 밴드 '문없는집' 멤버 손효진·김민식을 만나 나눈 일문일답.
-이번에 함께 하게 된 밴드들을 선정한 기준이 있었나요?
"지역 기반의 팀을 일단 생각했어요. 세종이나 전주는 지역 내에 음악창작소 같은 기관을 통해 밴드를 발굴하고 있거든요. 자문을 받기도 했죠."(잔디)
-서울은 활동하는 밴드가 많은데요.
"(저희와 함께 할 것을) 예상하지 못할 팀들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상대적으로 활동 기간이 길지 않는 밴드를 찾았고, 저희 멤버들 의견이 고루 반영됐습니다. 그리고 혼성그룹과 되도록 함께 하자는 얘기도 나왔죠. 저희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후배 밴드에겐) 지나간 세월을 돌아본 결과, 조언을 할 게 별로 없어요. 전반적으로 뛰어난 데다가 저희가 처음 겪었던 것과 지금 밴드들이 겪는 문제의 모양도 많이 다르거든요. 대신 그런 건 있어요. 같이 (인디 신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마음의 여유를 주거든요. 저희도 동료들이나 선배들과 막 밀접하게 지내면서 활동을 했던 건 아닌데 그런 인연인 생긴 뒤 돌아보니까 '그런 부분이 중요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배 밴드에게 제안을 했을 때) 다행히 거절당한 적이 없어요. 감사했죠. 하하."(덕원)
"이번 공연을 기획하면서 '저희가 오래 하긴 했구나'를 느꼈어요. 저희 마음은 항상 새로운데, 세월이 쌓이다 보니까 일의 진행이 수월해진 게 있죠. 후배 밴드들은 문없는집 멤버들과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중학교 때 좋아했다.' 하하."(잔디)
-문없는집은 어떻게 결성이 됐나요?
"2018년 여름에 대학 작곡 동아리 만났어요(손효진과 김민식 위주로 결성됐고 이후 일부 멤버 교체가 있었다). 학교 축제에 나가고 싶어서 결성됐던 일회성 밴드였어요. 그 뒤로 잘 풀려서 음원을 내고 활동을 하게 됐죠. (문없는집이라는 밴드 이름은) 문 없이 뻥 뚤려 있는 것을 상상해서 지었어요. 누구든지 드나들 수 있는, 그래서 어떤 것에 갇혀 있지 않고 경계 없이 음악을 하는 팀. 심보선 시인님의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을 읽다가 '그들의 집은 문이 없다'라는 문장에서 영감을 얻었죠."(손효진)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했나요?
"2018년 활동을 시작했고, 19년엔 멤버들이 군 복무로 실질적인 활동은 못했어요. 2020년 공연을 했는데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죠."(손효진)
"2019년 1월에 군대를 갔고, 2020년 초 발발한 코로나가 전역하면 괜찮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사회에 나왔어도 여전했어요. 답답한 측면이 있었죠. 저희는 그 때 EP 하나를 냈을 뿐이고, 활동 이력도 없어서 어떤 식으로 무엇에 접근해야 하는 지도 몰랐어요."(김민식)
-브로콜리너마저는 후배 밴드들의 이런 상황에 조언을 해주는 선배일 거 같아요.
"사실 조언을 바로 해주기는 어려워요. 일을 통해 만나면 좋은데 그런 경우가 갈수록 더 없어지는 것 같아요. 저희도 데뷔를 하고 4~5년 지나서 선배들을 알게 됐어요. 이승환 선배, 델리스파이스 형님들을 알게 됐죠. 인디계가 생각보다 모여 있지 않아요.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존재를 알기 힘들죠.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부분이 더 생겼어요. 그래서 선배가 더 노력을 해야죠. 신인들과 활동 영역이 다르니까요.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으면 클럽보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후배들돠 교류를 새롭게 하기 어렵죠."(덕원)
-이번 공연을 기획한 건 중견 밴드로서 책임감인가요?
"밴드로서 중견이라는 느낌보다, 인간으로서 중년은 이미 훨씬 전에 시작됐죠. 사실 밴드를 오래 했다고 쉬워지는 게 아니에요. 밴드를 오래 했어도 영향력이 생기는 게 아니죠. 다만 저희 팀 같은 경우는 빠른 시일 내 어른이 됐어요. 어른으로서 삶을 일찌감치 살게 돼 화려한 무대보다, 생활에 더 신경을 써왔죠. 그러다 보니까 다른 팀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더 궁금해진 건 있어요."(덕원)
-이번에 '전국인디자랑'을 준비하시면서, 가상의 단체 'K-인디협회'를 통해 인디의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고 예고하셨습니다.
"공연을 할 때 재미 삼아 만든 말이었는데 생각보다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담 같지만 그 말이 주는 심각함이 있더라고요. 인디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사실 우울하잖아요. 하지만 재밌게 풀고 싶었어요. 느슨한 조직으로서 교류가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거죠. 그래서 류지가 이사장으로 활약하며 활기를 불어넣을 겁니다. 하하."(덕원)
"콘서트 때마다 함께 하는 밴드를 소개하기 전에 축사 성격의 인사말을 제가 해요. '전국 K-인디 자랑은 K-인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K-인디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라고요. 직접 글을 다 썼어요."(류지)
-브로콜리너마저는 코로나19 기간 잘 버텨주셨고, 인디 생태계를 잘 지켜주셨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최근 (철거를 당한) 을지오비(OB)베어 집회 현장에 연대를 위한 공연을 했어요. 그런데 기획을 한 친구가 2010년대 초반 활동한 밴드를 섭외하려고 했는데, 활동을 쉬고 있거나 활동 준비를 하고 있지 못한 팀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19라는 혹독한 시기를 운좋게 이긴 경우가 있고, 어떻게든 버텨내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디 신이) 파도에 잠겨버린 거죠. 안타까웠어요. 생태계에선 허리가 튼튼해야 하잖아요. 중간 단계가 중요하죠. 게다가 신인 밴드들은 꾸준히 무대를 하면서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있어야 했는데 (코로나19 기간에) 그게 안 된 거죠. 씨앗을 뿌리고 추수하는 걸 반복해야 하는데, '식량 위기'가 찾아 온다고 하는 것처럼 인디 역시 그런 시기를 놓쳐 버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럼에도 신인에 가까운 밴드들은 아직 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더라고요. 이번 공연이 그런 분들과 함께 한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덕원)
-문없는집은 이번 공연에 대해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나요?
"문없는집 입장에선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은 큰 공연장이에요. 그곳 무대에 서본다는 자체가 엄청난 기회죠. (브로콜리너마저 선배님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요. 예전에 뵀을 때 너무 쑥스러워서 사인 받고 바로 도망갔거든요. 하하."(김민식)
-공연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됩니까?
"보통 게스트를 모시면, 오프닝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저희 공연은 하이라이트에 손님들이 나오십니다. 류지 이사장님의 인사말 이후에요. 송해 선생님이 오래 진행하신 '전국노래자랑'에서 중요한 초대 가수가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것처럼요. 밴드와 인터뷰도 하고 지역 특산물도 함께 나눠요. (서울지역 특산물은) 문없는 집 CD가 되는 거죠. 전국노래자랑처럼 시상도 있어요. 오랜 시간 저희 팀 자체의 원동력만으로 '이른열대야'를 해왔는데 점차 다른 팀과 함께 하는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꼭 '이른 열대야'가 아니더라도 이런 협업이 어떤 식으로든 유지되지 않을까 합니다."(덕원)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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