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공화당원 사냥' 광고로 미국판 '수박' 논란

미국 미주리주의 에릭 그라이튼스 공화당 연방상원의원 후보가 21일 자신의 선거 캠페인 광고 관련 기사 링크와 글을 트위터 계정에 게시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美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코뿔소 사냥’ 광고로 여론의 뭇매

미국에서 연이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총기 규제 여론이 상황에서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가 총을 들고 ‘이름만 공화당원인 사람을 사냥하자’는 선거캠페인 광고를 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주리주 에릭 그라이튼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는 이날 공격용 소총을 들고 있는 특수기동대 복장 차림의 사람들과 한 주택을 급습하는 내용의 선거운동 광고를 SNS 등에 올렸다. 이 광고에서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인 그라이튼스 후보는 총을 들고 ‘오늘 우리는 라이노(RINO) 사냥을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급습 대상인 주택으로 이동한 뒤 "라이노는 부패를 먹고 살며 겁쟁이로, 우리 나라를 구할 때까지 사냥에 어떤 제한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마가(MAGA) 대원이 돼서 라이노 사냥 허가를 받으라’고 촉구하기도 한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사냥한다는 라이노(RINO)는 영어로 코뿔소(rhino)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이름만 공화당원(Republican In Name Only)’을 줄인 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은 강성 공화당 지지자들이 온건한 공화당 의원 등을 향해 민주당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할 때 조롱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미주리 주지사를 지낸 그라이튼스 후보의 이번 광고는 협박, 가정폭력 등의 의혹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게다가 그라이튼스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를 받으려고 하고 있으나 실패한 상태다.

이 광고가 게재되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폭력을 선동하는 파시스트 같은 메시지는 중단돼야 한다" "소시오패스 같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미국에서 공화당원임에도 민주당처럼 행동하는 이른바 ‘수박’ 공화당원과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한 차원이었으나 정치적 메시지나 메시지 전달 방식 모두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은 그라이튼스 후보의 광고를 ‘폭력 선동을 금지하는 정책 위반’을 이유로 삭제했으며 트위터는 경고 메시지를 같이 게재했다.

한편 그라이튼스 후보는 21일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자신의 캠페인 광고에 대해 비판한 기사를 SNS 계정에 가져와 "우리 영상을 WP 웹사이트에 띄워줘서 WP에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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