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끝모를 주가 하락..개미들, 심리방역 '비상'

백영미 2022. 6. 21.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주가 곤두박질…개미들, 불안·우울증 호소
근태불량·가정불화 생겼다면 우울증 의심
주식 최우선이면 중독위험 노출될 우려도
본업에 충실하고 가족에게 도움 요청해야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코스피가 2400선이 붕괴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2022.06.2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미국발 인플레이션 여파로 국내외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심리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빚을 내 투자한 '빚투족'을 중심으로 불안감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코스피가 2400선 아래까지 추락하면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20일 기준 코스피는 2391.03으로 1년 7개월만에 2400선 아래에서 마감했다. 돈을 빌려서 산 주식을 갚지 못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100억 대에서 15일 300억 원을 넘어섰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도 아우성이다. 미국 증시 약세 여파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주가가 요동치는 시기일수록 투자자들은 정신건강을 챙겨야 한다. 주식 투자 연령대가 30~50대 남성들에서 20대 여성부터 70대 노인들로 폭넓어졌다. 특히 주식이 많이 물려 있거나 투자에 과하게 몰입돼 있는 경우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해 업무능력이 떨어져 자기 효능감이 저하되거나 대인 관계가 무너져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주식창을 확인하느라 회사에 지각·결근을 하거나 가정불화도 생겼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일상에서 주식이 최우선이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주식 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주식 자체는 도박이 아니다. 투자 수단 중 하나이고 건강한 투자자들도 많지만, 쉽게 중독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중독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뇌에서 만족을 담당하는 보상회로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은 뇌의 보상회로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면서 "도파민으로 인해 쾌락 중추가 자극되는데, 이 쾌락을 지속하기 위해 행동을 반복하는 게 바로 중독 행동"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식, 게임 같은 인위적인 자극은 운동, 음식 등 자연적인 자극보다 도파민 분비량이 많아 중독되기 더 쉽다.

전문가들은 주식에 쏠린 관심을 다른 분야로 돌려 에너지를 발산하고, 일상과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주식 투자에 중독됐다면 주식 앱을 지우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솔직하게 알려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과거 주식 중독을 겪었던 박종석 구로 연세 봄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대표원장은 "가족들의 비난이 두려워 이야기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꼭 알리고 운동, 만화책 읽기 등 일상을 파괴할 위험이 덜한 약한 중독에 스스로를 노출해 주식 중독을 다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14가지를 기준으로 '주식 중독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증상이 3개 이상 해당되면 주식 중독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4~7개에 해당되면 '주식 중독 의심단계', 8~10개이면 '주식 중독 단계', 11개 이상이면 아주 '심각한 주식 중독 단계'로 상담 치료나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주식 중독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1. 주식 투자 때문에 직장 등 일상생활에서 태도를 지적받은 적이 있다.

2. 주식을 이유로 가족과 다투거나 큰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

3. 주식 투자를 하면서 변명이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4. 손실 금액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5. 선물 옵션이나 레버리지(기초자산의 수익률을 2배 이상으로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6. 학비, 생활비, 대출상환금 등 꼭 필요한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7. 주식 투자 목적으로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빌린 적 있다.

8. 단타 매매를 주로 하고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종목을 골라 투자한다.

9. 급등주 검색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상한가 따라잡기를 해본 적 있다.

10. 신용 또는 미수 거래를 해본 적 있다.

11. 주식 투자를 시작한 후 불면증이나 불안 증세가 생겼다.

12. 업무 시간에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주식 창을 확인한다.

13. MTS 또는 HTS를 지운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설치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14. 월요일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불안해 주말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