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과 김동연, 링컨을 만나다[광화문]

지난해 7월말 미국 알래스카의 한 시골마을인 '수어드'가 뒤집어졌다. 일본에서 열리고 있던 도쿄올림픽 여자 평영 1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무명의 10대 소녀 '리디아 자코비'가 이 지역 출신으로 알려지면서다. 수어드는 알래스카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에서 2시간 정도 차를 몰고 가야하는 인구 2700여명의 작은 항구다. 하지만 수영 볼모지의 첫 국가대표로 생애 첫 올림픽 출전에 세계 1위 자리를 꿰차면서 자신의 고향을 전세계에 알린 자코비 이전에도 수어드는 미국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면이 기록된 장소로 유명하다.
사실 수어드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16대) 재직시 임명했던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의 이름을 딴 도시다. 수어드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에서 링컨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최대의 라이벌이었다. 링컨은 대통령에 취임하자 마자 "켄터키 촌뜨기"라고 자신을 비하했던 그를 장관에 앉혔다. 측근들의 거센 반대에도 "적임자"라며 정부 내 핵심 요직을 내준 것이다.
수어드는 1867년 전쟁으로 재정위기에 처한 제정 러시아와 매입 협상을 주도하며 알래스카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720만 달러로 한반도 7배 면적(153만694㎢)의 알래스카를 사들였지만, "쓸모없는 땅(극지)을 비싸게 매입했다"는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현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헐값이지만 고가 논란에 휩싸이며 관련 법안이 국회(상원)에서 간신히 통과되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은 '수어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이란 조롱으로 역사에 남았고, 한동안 미국에선 알래스카를 '위대한 땅'으로 명명한 원주민들과 달리 '수어드의 얼음창고(Seward's icebox)'로 비아냥대는 계기가 됐다.
이후 수어드가 "감춰진 보물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 알래스카의 가치가 드러나는데 걸린 시간은 30년을 넘지 않았다. 금광이 발견되며 골드러시가 줄을 이었고, 철광석 등 각종 광물과 석유·천연가스까지 잇따라 나오며 대박의 땅으로 거듭났다. 수어드에 대한 의회의 공식 사과가 이어졌고, 알래스카의 항구 도시와 고속도로엔 그의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업적을 기릴 때마다 함께 따라오는게 바로 링컨의 포용과 화해의 리더십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링컨은 수어드 외에도 공화당 내 정적(政敵)인 새먼 체이스와 에드워드 베이츠도 각각 재무장관과 법무장관을 시켰고, 독설을 일삼던 민주당의 에드윈 스탠턴에겐 남북전쟁을 진두지휘할 전쟁장관의 임무를 맡겼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새 정부가 '협치'를 강조할 때마다 링컨이 롤모델로 회자되는 이유다.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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