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여름 군고구마/박록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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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이란 게 있다.
이렇듯 입맛 다시게 하는 음식과 더불어 계절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군고구마는 뭐니 뭐니 해도 겨울 음식이었다.
저장 기술이 좋아진 덕에 이제 여름에도 군고구마를 심심찮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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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이란 게 있다. 쑥의 향긋함이나 냉이의 쌉쌀함을 떠올리면 봄이 절로 뒤따른다. 쩍 갈라지는 수박의 시원한 달콤함은 여름 무더위를 내치는 힘이었다. 횟집 수조 안에서 잰 몸놀림 하는 전어가 보이면 가을이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입맛 다시게 하는 음식과 더불어 계절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군고구마는 뭐니 뭐니 해도 겨울 음식이었다. 고구마 자체는 가을에 수확하는 작물이지만 군고구마만큼은 달랐다. 퇴근길 아버지 손에 들린 누런 봉투 속 여전히 식지 않은 군고구마야 말한들 뭣했겠나. 입천장 다 벗겨질 듯 뜨거운 군고구마 베어 먹고 후후거리다 얼얼한 동치미나 서걱서걱 썰어 놓은 김장 김치 곁들여 먹으며 겨울이 한창임을 문득 깨달았다.
저장 기술이 좋아진 덕에 이제 여름에도 군고구마를 심심찮게 먹는다. 아내가 사 온 고구마를 구워 주말 늦은 아침을 때웠다. 늘 그랬듯 기막힌 맛이었지만, 계절을 잃어버린 음식에 추억은 더욱 새록하다.
박록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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