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 공무원 아들의 울부짖음에 文 정권 누구라도 답해야 한다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 이모군이 20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다. 이군은 ‘월북 여부가 뭐가 중요하냐’고 한 우 위원장에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던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군은 우 위원장이 군의 특수정보(SI)를 들어 이씨의 월북 정황이 있었다고 한 데 대해서는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너희 아버지는 월북이 맞으니 무조건 믿어라’ 이거냐”라고 했다.
이군은 ‘김정은의 사과를 받고 굴복시켰으니 된 것 아니냐’는 우 위원장 발언에 대해서도 “누가 누구한테 사과했다는 건가요? 김정은이 제 가족에게 사과했나요? 그리고 제가 용서했나요?”라고 물었다. 이군은 “대한민국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안다면 보여주지 못하는 정황만으로 한 가족을 묻어버리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라며 “어머니와 저는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고, 우리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했다.
월북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맞는 말이다. 월북 의사가 있든 없든 파도에 떠밀려 온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북측이 사살하고 불태운 범죄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무슨 이유에선지 이 사건을 섣불리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월북 여부가 뭐가 중요하냐”고 한다. 우 위원장은 “민생이 굉장히 심각한데 그런 걸 할 때냐”고 했고, 나중에 주워 담기는 했지만 설훈 의원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까지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당시에도 문재인 청와대는 이 사건을 ‘별것 아닌 일’로 만들려 무진 애를 썼다. 민정수석실은 해경에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해경은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당시 관할 인천해양경찰청과 상급 기관인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이 모두 ‘자진 월북’ 단정에 부담을 느껴 발표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본청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해경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이씨가 월북을 기도했다면 사건은 이씨의 일탈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책임도 없어지고, 북한의 잔인무도한 행위가 남북 관계에 미칠 악영향도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정권의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으로 공무원 이씨에게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웠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북으로부터 무단 처형을 당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몰아 버렸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월북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다. 우 위원장과 민주당 사람들은 “가족 잃은 처참한 심정을 아느냐”는 이씨 아들의 울부짖음에 뭐라 답할 것인가.
이씨 유가족의 요구는 간단하다.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되고 이를 우리 군이 알게 된 시점부터 사살되고 불태워질 때까지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그 후에 ‘월북’이라고 단정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문재인 청와대는 그 자료를 대통령기록물이라며 15년 비공개로 묶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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