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달러=140엔 시나리오..日, 통화정책 변경할까

방성훈 2022. 6.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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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상승 및 연준 금리인상 속도 예상보다 가팔라
1달러=140엔 현실화 가능성↑..日물가 3% 진입 전망
"일은, 원치않는 고통스러운 금리인상 해야할수도"
"일은 양적완화 고집은 디플레 촉발 '트라우마' 때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140엔대로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은행(BOJ)이 금융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강제로 축소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 진입하면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3%까지 치솟아 대응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사진=AFP)

1달러=140엔 현실화시 日물가 3% 진입…“강제 금리인상 가능성”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0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달러 환율이 140엔을 돌파하게 되면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3%대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일은은 원치 않는 완화적 통화정책 축소에 내몰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135엔대에 완전히 안착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 3월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유럽중앙은행(ECB)도 7월과 9월 금리인상을 예고하며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종언을 시사했다. 반면 일은은 단기금리를 -0.1%로 고정하고, 장기금리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0%로 유도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본 물가상승률 4월 전년 동기대비 2.1%를 기록, 이미 일은의 목표치인 2%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은 총재는 지난 17일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가 물가를 밀어올리는 효과가 희미해지고 상승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은 역시 내년 물가가 다시 1.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은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인상이 과열된 세계 경제를 식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연착륙’ 달성이다. 그래야만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고 엔저 압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웃돌아 전년 동기대비 8.6%까지 치솟았고, 이에 연준도 당초 예상보다 더 큰 폭인 0.7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다. 일은에게는 가장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다.

또 시장에선 연준이 기준금리를 최대 3~4%대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테일러 준칙에 따라 기계적으로만 산출해봤을 때 인플레이션을 2%로 억누르려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6%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달러화 강세를 부추겨 엔저 압력을 강화, 수입물가 급등에 따른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닛케이는 “시장에선 이미 엔·달러 환율 140엔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140엔대 중반까지 오르면 물가는 3% 수준으로 뛸 것”이라며 “임금 상승은 이뤄지지 않고 물가만 올라 일은이 ‘고통스러온 금리인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일은 양적완화 고집은 디플레 촉발 ‘트라우마’ 때문”

한편 일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디플레이션 장기화를 촉발해 거센 비난을 받았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일은은 하야미 마사루 전 총재 재임 시절인 2000년 8월 정부의 반대에도 제로금리 정책을 해제했다.

당시 물가상승률 역시 제로 수준이었지만, 설비투자 회복을 통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고, 일은은 이듬해 3월 양적완화 정책을 다시 도입해야만 했다.

2006년 3월 일은이 양적완화 정책을 해제했을 때에도 일본 정부는 시기상조라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 측은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필투로 물가상승률이 아직 0%대에 머무르는 등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일은은 2년 뒤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또 한 번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되돌리게 됐고, 이후 은행 내부적으로 “섣불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끝내선 안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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