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혁당 빚 고문' 이자 포기..한동훈 "상식과 정의의 관점"
2008년 재심 무죄로 10억 배상..대법 "과잉 계산"
정부, 최근까지 법원 화해 권고에 거듭 이의 제기
'빚 고문' 비판 잇따르자 소송 3년 만에 수용
[앵커]
정부가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간첩 조작 사건인 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를 상대로 국가 배상금 반환을 청구하며 물렸던 막대한 이자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줬다 뺏는 것도 모자라, 이른바 '빚 고문'을 한다는 지적에 뒤늦게 응답한 건데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1970년대 인민혁명당 간첩조작 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고문당하고, 8년 동안 옥살이했던 84살 이창복 씨.
2008년 재심 끝에 무죄를 받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0억 원 넘는 배상금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불과 1년여 만에 도로 토해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30년 전 통화 가치를 기준으로 배상금 이자를 계산하는 건 지나치다며, 절반가량인 5억 원 정도가 과잉 지급됐다고 판단한 겁니다.
국가는 이 판결을 근거로 초과 지급된 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고, 빚 갚고 기부하느라 배상금을 써버린 이 씨는 1년에 20%씩 붙는 지연이자를 포함해 15억 원 가까운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집까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이 씨는 또다시 소송을 냈지만, 정부는 최근까지도 원금만 받고 이자는 받지 말라는 법원의 화해 권고를 잇달아 거부했습니다.
소송 제기 3년 만에, 국가가 피해자를 상대로 '빚 고문'을 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나서야 태도를 바꿨습니다.
법무부는 법원의 권고대로, 이 씨가 초과 지급된 배상금 원금만 나눠 내면 지연이자 9억6천만 원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배상 과정에서 국가의 잘못은 없었지만, 대법원 판례가 예상치 못하게 바뀌어 억울한 상황이 생겼다고 부연했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 국가가 잘못한 것에 대해 배상한다는 국가 배상의 취지나 개별 국민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것은 국민의 눈높이, 그리고 상식의 눈높이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저희는 판단한 겁니다.]
이 씨와 소송을 벌여 온 국가정보원 역시 과거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화해권고안 수용 입장을 냈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 가족은 사필귀정이라면서도, 국가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송우 / 인혁당 사건 피해자 이창복 씨 아들 : 부모님의 고통이란 게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요. 일단 그런 부분들이 해결된 것에 대해서 환영하고요. 근본적으로는 민주화 유공자를 상대로 배상금을 줬다 뺏는 이 잘못된 판결이 좀 해결됐으면 하는….]
이번 결정으로 이 씨 소송은 판결 없이, 법원이 권고한 대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이 씨처럼 배상금을 반환하게 된 인혁당 피해자는 70여 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반환금을 아직 갚지 못했는데, 비슷한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YTN 나혜인 (nahi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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