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20년만에 여소야대… “마크롱 정치적 마비 위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연합이 프랑스 하원 총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20년 만의 여소야대 구도로,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2기 정치 구상과 개혁 정책을 그대로 펼쳐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내무부는 전날 총선 결선투표 결과 범여권 정당연합 ‘앙상블’이 총 245석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전체 577석 중 과반인 289석에 44석 모자란 것으로, 기존 347석과 비교하면 무려 102석을 잃었다. 프랑스 집권당이 하원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우파공화국연합(RPR)이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사회당에 참패해 제2당으로 밀려난 1997~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극좌와 극우 정당의 약진이 여권 발목을 잡았다. 극좌 성향인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NUPES)가 135석을 얻어 제2당이 됐다. 특히 극우 성향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은 무려 89석을 얻으면서 원내 주요 세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전 8석에 비해 10배 이상 의석이 늘어났다. 15석을 넘겨 원내 교섭단체가 되겠다는 당초 목표를 훨씬 초과 달성한 셈이다. 정통 보수 우파 정당인 공화당(LR)은 64석에 그쳤다.
마크롱 대통령에겐 뼈아픈 결과다. 당장 연금제도 개혁, 은퇴 연령 65세 상향, 친(親)기업 감세 등 자신의 대표 정책들이 의회 입법 과정에서 줄줄이 가로막히게 될 상황이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마크롱 정부가 ‘정치적 마비’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르 피가로는 “마크롱이 ‘(자기 뜻대로) 통치 불가능한 프랑스’에 직면했다”며 국정 운영 주도권이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탄탄한 국내 지지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 내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대외 정책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범여권과 LR 간의 연정(聯政)과 이에 맞서는 극좌·극우 야당 연대의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이날 “의회 내 과반 확보를 위한 연정 구축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멜랑숑 LFI 대표는 이에 “은퇴 연령 60세 하향, 최저임금 15% 인상, 생필품 가격 동결 등 좌파 정책을 즉각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르펜 RN 대표는 “무리한 대러 제재가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며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 금수 조치 해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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