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낙제점'.. 한전 등 21개 공기업 임원 성과급 반납 권고

최형석 기자 2022. 6. 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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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평가 강화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DB)ⓒ News1

부채가 과도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등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가 강화된다. 경영 성과 등의 가중치를 높이고, 문재인 정부가 높여 놓은 사회적 가치 등 평가 항목은 배점을 낮추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는 2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현재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는 사회적 가치 중심의 지표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했다. “재무성과 지표 등이 경영 성과 평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배점 비중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평가를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하면서 공기업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전체 경영평가 100점 중 7점에 불과했던 사회적 가치 지표를 상향 조정해 지난해에는 25점까지 높였다. 반면, 같은 기간 15점이던 재무예산 운영·성과 항목은 5점으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은 재무 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공공기관 부채는 박근혜 정부(2013~2016년)에서 520조원에서 499조원으로 줄었지만,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583조원으로 불어났다.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한 공공기관도 있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공공기관은 작년 20곳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5곳에 불과했는데 4년 만에 4배로 늘어났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날 1분기에만 8조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과 9개 한전 자회사 및 작년 순손실을 기록한 11개 공기업 임원들에게 성과급 반납을 권고했다. 한전 정승일 사장과 감사, 본부장 등 경영진 7명은 이날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고, 1직급(처·실장) 이상 간부들도 성과급 50%를 내놓기로 했다. 1분기 말 기준 경영진 포함 1직급 이상은 440명이다. 한전은 이번 공공기관 평가에서 C(보통)등급을 받아 월 기본급의 100% 정도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공익과 수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공기업 본연의 의무인데 지난 5년간 잘못된 관리로 만성 적자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10일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공사 현장. /조선DB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평가 강화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 방식’을 폐기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2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안에서 영업이익률 개선 등 재무지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사회적 기업 지원, 인권 교육, 온실가스 감축 등 사회적 가치 배점을 대폭 늘렸다. “그동안 공공기관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 및 사회적 가치 실현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당시 관리·평가 방안 변경으로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컸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비정규직 제로(0) 등의 정책으로 부담을 떠안게 된 공공기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7월 중에 부채 과다 등으로 재무 위험이 큰 공공기관 10여 곳을 선정해 관리하는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를 실시키로 했다. 경영 전반에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공공성만 강조하다 경영 악화

한국전력은 지난해 5조8000억원 영업 적자에 이어 올해는 20조~30조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했다. 결국 전기 요금 인상으로 국민들에게 손을 내밀게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5년간 (한전이) 왜 이 모양이 됐는지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며 “그것에 관해 국민들께 소상히 알리고,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하면 그것에 상응하는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공기업으로서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순손실을 기록해 임원 성과급 자율 반납을 권고받은 한국석유공사도 2018년부터 동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참여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석유공사는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석유공사가 풍력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공기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인건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공공기관 인건비는 2016년 22조9000억원에서 2020년 30조3000억원으로 32.3% 뛰었다.

결국, 세금에 기대 연명할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공공기관에 대한 출자·보조금 등을 뜻하는 정부 순지원액이 2016년 말 67조8000억원에서 작년 말 99조4000억원으로 5년간 31조6000억원(47%)이나 급증했다.

공기업 부실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15조7000억원에서 작년 10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한전 등 21개 공기업 임원 성과급 반납 권고

기재부는 2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20년 실적을 기반으로 한 ‘202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한전과 한전 자회사 9곳, 한국공항공사·한국마사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한국석유공사 등 총 21개 공공기관에 대해 임원의 자율적인 성과급 반납을 권고했다. 최하 등급(E)을 받은 준정부기관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경우 김경석 이사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강화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교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적 하락과 부채 급증 등 ‘성적표’를 근거로 물갈이 인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의혹에 휘말렸던 상당수의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관장들이 윤석열 정부 임기 중반인 2024년쯤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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