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혜택'으로 물가 잡기 총력 나선다는데
[앵커]
가파르게 오르는 먹거리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다음 달부터 몇 가지 세금을 줄이기로 했죠.
밀과 수입 돼지고기를 비롯한 7가지 품목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사실상 관세를 없애고, 커피와 가공식품에 붙던 부가가치세도 내년까지 없앱니다.
이렇게 하면 수입 돼지고기 값이 최대 20%까지 내려가고, 밥상 물가가 좀 진정될 거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세금 깎았다고 실제로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왜 그런지, 조정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고추장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고 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고추장은 다음 달부터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면 9% 이상의 가격 인하가 기대되는 품목입니다.
[김명자/서울 당산동 : 한 20~30% 오른 것 같아요. (정부에서 다음 달부터 한 10% 정도 깎아주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조금…)그거 갖고는 안돼요."]
하지만 제조업계의 얘기는 다릅니다.
부가세 면제분만큼 가격을 내리면 업체로선 손해가 된다는 겁니다.
원재료인 면세농산물 구입할 때 세금 혜택이 있는데, 부가세가 면제되면 이 혜택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식품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모든 품목이 지금 면세품으로 가게 되면 공제받던 세액을 공제를 못 받으니까 오히려 제조 원가가 올라가는 이런 역 현상이 있습니다."]
다른 품목은 면제 대상부터가 제한적입니다.
김치의 경우 부가세를 새로 면제를 받는 건 캔이나 병 포장 품목인데 이는 전체 판매량의 30% 수준.
판매량의 70% 이상인 비닐 포장 김치는 애초부터 부가세가 붙지 않았습니다.
면제 대상 품목에 오른 커피 생두도 사실상 부가세를 내지 않아 왔습니다.
상당 부분 내지 않고 있는 부가세를 깎아준다고 한 겁니다.
정부가 밀과 돼지고기 등 20%까지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한 할당관세 인하 효과 역시 미지수입니다.
90% 이상이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협정국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수입선을 바꾸면 된다지만 기존 거래 관계와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당장 실행에 옮기기 어렵습니다.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일부 (가격) 상승을 제어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고요. 다만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수입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체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가격을 인하해 줄 것을 주문한 상황.
식품과 유통업계는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KBS 뉴스 조정인입니다.
촬영기자:고영민/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김지훈
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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