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합위기' 외치면서 언제까지 과거사 다툼만 할 건가
국정이 과거사 다툼으로 덮이고 있다. 정부·여당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결과를 번복한 뒤 2019년 일어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진상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실이 전수조사하는 문재인 정부 ‘정보공개 청구 항소 사건 목록’엔 대선 때 김정숙 여사 옷값 시비로 청구된 ‘비서실 특별활동비’가 포함돼 있다. 임기 보장된 권익위·방송통신위 수장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 꼭 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압박했고,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여가부 대선공약 개발 의혹의 ‘윗선’을 캐고 있다. 6·1 지방선거 압승 후 윤석열 정부의 정치·수사 착점이 일제히 구정권을 향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북한군이 남측 주민을 참혹하게 살해한 만행과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다했는지가 초점이다. 그러나 군과 해경은 새 자료는 제시하지 않은 채 2년 전 했던 ‘월북 판단’을 뒤집고,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했다. 진상은 밝혀야 한다. 왜 똑같은 자료를 두고 한쪽은 월북이라고 했고, 다른 한쪽은 아니라고 하는지 규명해야 한다. 그런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북로남불’로 시작해 20일 ‘월북공작’까지 공격 수위를 높였다. 아예 문재인 정부에 ‘공작’ 딱지를 붙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신색깔론’ 반격도 순서가 틀렸다. 국정을 이끈 정부·공당으로서는 제기된 의구심은 함께 푸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사건 당시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군 첩보를 포함한 ‘비공개 회의록’ 열람·공개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해경엔 청와대와 주고받은 기록도 있다고 한다. 국민들은 진상규명은 없이 ‘금강산 관광 폐쇄’로 이어진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과 ‘실체 없음’으로 종결된 2012년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사건의 폐해를 익히 경험했다. 여야는 자기 유리한 대로 공세만 펼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진상을 드러내는 데 힘써야 한다.
윤 대통령이 20일 “국민들이 숨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물가·금리·환율 모두 비상이 걸린 복합위기를 겨냥해 정부가 필요한 입법안도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치는 갈등만 키우고, 국회는 멈춰 있다. 입으론 민생을 걱정하면서 과거사로 충돌하는 신구 권력의 답답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셋째주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한국갤럽·국민지표조사(NBS)는 49%, 리얼미터는 48%를 기록했다. 전국적인 선거에서 이겼는데도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하고, 집권 초 40일간 국정평가가 도리어 후퇴한 전례는 없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대통령의 인사와 태도가 꼽혔다. 미래 과제는 뒷전이고, 검찰 편중 인사와 부인 김건희 여사 논란, 과거사 논쟁이 일으킨 후과일 것이다. 이렇게 정쟁으로 시간을 보내면, 1~2년 후 정권은 ‘한 일이 뭐냐’는 질문에 맞닥뜨릴 것이다. 지지층이 반목할수록 협치는 더 어려워진다. 여야는 ‘과거사 전쟁’을 멈추고, 민생·협치의 국회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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