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 (5)제이앤피메디] 내집에서 신약 개발.. '임상시험 탈중앙화' 시대 연다
클라우드 통해 특정 기능만 사용
병원 밖에서 의료정보 수집·분석
항암제 등 30건 이상 시험 진행 중
<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5)제이앤피메디
"팬데믹은 신약개발에서도 비대면 기술의 강점을 각인시켰다. 임상시험의 디지털 전환을 계속 파고들고, 궁극적으로는 피험자가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도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탈중앙화 임상시험' 시대를 열겠다."
2020년 7월 창업한 제이앤피메디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모바일앱 같은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것과 달리 난이도 높은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핵심은 임상 데이터 관리 솔루션 '메이븐 CDMS'다.
정권호 제이앤피메디 대표(33)는 "우리의 목표는 인프라에서 세계 최상위 수준인 한국 의료를 데이터 플랫폼 관점으로 고도화하는 것"이라면서 "작년 4월 내놓은 메이븐 CDMS는 블록체인, 클라우드,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료 데이터를 수집·모니터링·분석하고 전체 임상시험 과정을 관리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메이븐 CDMS는 임상시험 데이터 수집·모니터링이 가능한 일종의 '데이터 통'인 'EDC(전자 데이터 캡처)'를 중심으로 임상시험 담당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필수 기능들로 구성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변경이력 관리 기능을 통해 데이터 조작을 원천 방지하고, 직관적 메뉴설계와 템플릿을 제공해 손쉽게 전자증례기록지를 작성하도록 돕는 한편 글로벌 표준 의학 코딩용어로 손쉬운 변화 기능도 제공한다. 웹 기반의 설문작성과 식약처 보고제출, 데이터 아카이빙 등의 기능도 담았다. 각 기능은 클라우드 기반의 MSA(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구조로 개발돼 고객의 상황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쓰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제약사, CRO(임상시험수탁기관), 병원, 임상시험센터 등이 메이븐 CDMS의 주요 고객이다.
정 대표는 "특히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기능과 성능만 사용하고 과금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을 채택한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기술전략은 공동창업자인 박영용 CTO(최고기술책임자, 33)가 이끈다. 초등학생 때부터 SW 개발을 즐겨 하던 박 CTO는 한양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삼성전자가 운영한 삼성SW 멤버십, 과기정통부와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가 지원하는 SW마에스트로 과정을 경험하며 SW 실력자로 성장했다. 핀테크 기업 퓨처위즈와 이베이코리아에서 산업현장을 경험한 그가 정 대표와 창업에 도전한 데는 SW마에스트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박 CTO는 "창업에 필요한 기술 외적인 것을 배우기 위해 도전한 SW마에스트로에서 기술과 창업을 위한 지식을 함께 배웠다.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서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위한 실질적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액센츄어와 IBM 컨설턴트를 거쳐 2018년 두나무로 옮긴 정 대표는 두나무 블록체인연구소에서 박 CTO를 만났다. 두 사람은 금융권만큼 파급력이 클 영역으로 의료에 주목하고 창업을 결정했다. 핀테크에서 쌓은 경험으로 호기 있게 도전했지만 의료산업의 장벽은 높았다.
박 CTO는 "UX(사용자경험)에서는 확실히 자신감이 있었지만 규제, 보안 등이 만만치 않았다"면서 "시제품을 만든 후 전문가들과 인터뷰하면서 지식을 쌓고 솔루션을 개선해 나갔다"고 말했다. 수 차례의 갈아엎기를 거쳐 작년 4월 메이블 CDMS가 탄생했다. 첫 고객이 나온 것은 작년 9월이다. 정 대표는 "첫 고객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때 느낀 희열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를 악물고 될 때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매달린 결과"라고 말했다.
박 CTO는 "우리의 목표는 엄격한 법규제를 충족하면서도 임상시험을 비용 효율적이면서 빨리 진행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이 하루 늦게 끝나면 수천억의 추가 비용이 드니 하루라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시험의 모든 과정에 우리 솔루션이 사용되고 있고, 항암제를 포함해 3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과는 국책과제 등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의료기기, AI 회사들과도 협력한다. 혁신형 의료기기 인증기업 5곳 중 3곳이 제이앤피메디와 함께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에는 임상시험 경험이 많지 않은 디지털 치료제,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화이자, 존슨앤존슨, 종근당 등에서 산업을 경험한 이들이 회사에 포진했다. 직원은 30명 규모로 커졌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제이앤피메디를 눈여겨 보고 거래를 논의하고 있다.
회사는 작년 12월 카카오벤처스, 아주IB투자, 뮤렉스파트너스, 젠티움파트너스 등에서 2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3월에는 중기부 팁스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올해 수주금액 5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목표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올라선 후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B2C 사업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임상시험과 관련한 모든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임상시험 참여자를 위한 B2C 플랫폼도 내놓을 계획"이라며 "차분한 성장전략을 이어가되 유니콘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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