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아베 측근 자르고 재정건전성 강조.. '홀로서기' 시동

최진주 2022. 6. 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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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최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인 방위 차관을 교체하고, 아베의 기존 기조와 달리 '재정건전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마다 차관이 그동안 '방위비를 5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높여야 한다'는 아베 전 총리의 주장을 주도해 이행한 만큼, 기시다 총리가 이번 인사를 통해 아베 기조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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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요청에도 최측근 방위 차관 교체
아베 적극재정파 겨냥해 재정건전성도 강조
대형 국정선거 후 '기시다 색' 본격 드러내기 분석
아베 신조(왼쪽) 전 일본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로이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최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인 방위 차관을 교체하고, 아베의 기존 기조와 달리 '재정건전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다음 달 참의원 선거 후 그동안 자제해 왔던 ‘기시다 본색’을 드러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6년간 아베 비서 했던 방위 차관 잘라... 아베 요청에도 '노' 한 기시다

1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는 지난 17일 각의(閣議·내각회의)에서 결정한 방위 차관 인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판단이다. 공로자에 그런 식으로 대하다니”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시마다 가즈히사 방위성 사무 차관을 퇴임시키고 후임으로 스즈키 아쓰오 방위장비청 장관을 임명했다.

시마다 전 차관은 2012년 12월~2019년 7월까지 당시 아베 총리의 비서관으로 근무한 아베의 최측근이다.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 장관이 시마다 차관 연임을 요청했지만, 통하지 않자 아베는 각의 하루 전날인 16일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재고를 촉구했다. 하지만 총리의 대답은 ‘노’ 였다.

올해는 일본 정부가 앞으로의 방위전략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안보 관련 3대 문서를 모두 개정하는 중대한 시기다. 시마다 차관이 그동안 ‘방위비를 5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높여야 한다’는 아베 전 총리의 주장을 주도해 이행한 만큼, 기시다 총리가 이번 인사를 통해 아베 기조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재정건전성은 국가신인도 직결"... 적극재정파 아베에 선 긋기

아베와 선을 긋는 기시다 총리의 행보는 19일에도 이어졌다. 그는 레이와국민회의(약칭 레이와린초·令和臨調) 발족 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대로 괜찮다고 아무리 우겨도, 시장이나 국제사회가 평가해 주지 않으면 (국가)신인도를 유지할 수 없다”면서 “재정건전화 깃발은 확실히 내걸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린초는 일본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에 대해 재계·노동계·학계 등 민간 부문이 논의해 정치권에 제언하는 틀이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가 “재정은 국가 신인도의 초석”이라고 강조한 것은 “아베 전 총리 등 자민당 내 ‘적극재정파’를 견제했다고도 볼 수 있는 발언”이라고 아사히는 해석했다.

아베는 지난달에도 “국가부채 1,000조 원은 문제가 안 된다. 일본은행은 정부의 자회사이므로 만기가 오더라도 상환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8일 내각이 결정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 기본방침’에서 “2025년 정부의 재정지출과 세수 균형을 맞춘다”는 목표를 삭제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다.


참의원 선거 후 '대형 선거 없는 3년' 온다... '기시다 색깔' 드러내나

지난해 10월 취임 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아베에게 조언을 구하고, 의견이 달라도 수용하는 듯한 모습만 보이던 기시다 총리가 이달 들어 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가에서는 기시다가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취임 후 중의원 선거에 이어 내달 참의원 선거까지 중요한 국정 선거를 연달아 치러야 하는 만큼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 갈등을 피해야 했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양대 선거가 모두 자민당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3년간 대형 국정선거가 없다는 점도 기시다의 독자행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헌모 주오가쿠인대 교수(정치학)는 “기시다 총리가 아베의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은 그동안 본 적 없는 행동”이라며 “참의원 선거 이후 장기집권을 목표로 아베를 견제하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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